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 인터뷰
“위기 늦추려면 정책 패러다임 전환해야”
유엔 사무총장을 지낸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이 전 세계를 휩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는 기후변화 재앙이 초래한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 위원장은 “감염병과 기후변화 위기를 예방하려면 국가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해 환경 보호에 더 투자하고 과감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3일 서울 종로구 집무실에서 한국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가진 반 위원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화두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역설했다. 반 위원장은 “기후변화는 천천히 진행돼 사람들이 체감하지 못하지만 감염병의 주기가 급속도로 짧아지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며 “감염병 위기는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문제인 만큼 (환경을 되살리는) 근본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후변화를 늦추려면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반 위원장은 “세계 주요국이 청정에너지를 사용하는 친환경 사회로 옮겨가는 흐름과 달리 우리는 여전히 석탄화력발전소를 운영하고 있으니 ‘기후악당’이라는 비판을 받는다”며 “근본적인 기후변화 대응 문제에 있어선 우리나라가 진짜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대통령직속기구인 국가기후환경회의를 이끄는 반 위원장은 “미세먼지 정책부터 과감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미세먼지 집중 발생 시기에 석탄화력발전소 가동 등을 중단하는 ‘계절관리제(12~3월)’를 올해 처음 시행했는데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가 27% 줄어드는 등 성과도 있었다. 오는 10~11월쯤 전기요금 인상 등의 주제도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해법을 제시할 생각이다.
감염병ㆍ기후위기를 예방하고 대처해 나가려면 무엇보다 국제사회의 연대와 협력이 필수다. 반 위원장은 “코로나19 상황 속 세계보건기구(WHO)와 G2(미국ㆍ중국)의 대처가 아쉬웠다”며 “이런 상황은 국제사회 평화 안보에 대한 명백한 위협인데 G2 정상이 정치 논리로 코로나19 위기를 바라본다”고 꼬집었다.
특히 그는 “코로나 방역 모범국인 한국이 포스트 코로나 리더십을 보여줄 때”라며 “기후환경 위기 예방을 위해 과감한 조치로 국제적 대응을 이끌고 개발도상국을 도와야 한다”고 주문했다. 가깝게는 ‘동북아 호흡공동체’인 중국과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하고, 북한과도 보건ㆍ방역 협력뿐 아니라 환경 협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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