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집콕족’이 늘고, 미식 열풍으로 특별한 먹거리를 찾는 ‘가치 소비족’도 증가하면서 돼지고기를 찾는 취향도 달라지고 있다. 주로 삼겹살과 목심에 집중되던 소비가 특수 부위로 확대되면서 ‘돼지고기 하면 삼겹살’이라는 인식이 깨지고 있다.
29일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해와 이달까지 부위별 냉장 돼지고기 매출을 살펴본 결과, 가장 대중적으로 소비되는 삼겹살과 목심의 비중은 지난해만 해도 68.5%에 육박했으나 올 들어 63% 수준으로 하락했다.
반면 둘을 제외한 기타 부위 매출은 상승세를 보였다. 뼈등심과 항정살, 갈매기살, 등심덧살 등의 매출 비중은 지난해 31.5%에서 올해 37%로 올라섰다. 여전히 삼결살과 목심 수요가 높긴 하지만, 특수 부위의 매출 비중이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 측은 “한우 가격이 몇 년째 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특별한 미식을 경험하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며 “외식업계를 시작으로 대형마트에도 삼겹살, 목살 대신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는 돼지고기 부위들이 속속 등장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최근 부위별로 한두 점씩 고유의 맛을 전하는 ‘한우 오마카세(주방장 특선)’ 콘셉트의 식당이 유행하면서 돼지고기도 부위별 소비를 즐기는 트렌드가 번지고 있다. 특히 뼈등심이 인기다. 이 부위는 고급 소고기 스테이크 부위인 ‘토마호크’처럼 돼지 등갈비에 붙은 살코기가 마치 돌도끼 모양을 닮았다고 해 ‘돈마호크’라는 별명이 붙었다. 토마호크 스테이크는 일반 레스토랑에서 10만~20만원대인 데 비해, 돈마호크는 집에서 100g 당 2,000원도 안 되는 가격에 즐길 수 있다.
이마트에선 2018년부터 이 부위를 판매했고, 올해는 작년에 비해 70%가량 매출이 올랐다. 돼지 등심은 지방이 적어 국내 소비자들이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그러나 퍽퍽한 등심살만 발라내는 전통적인 정형법과 달리 뼈등심은 등갈비에 등심과 등심덧살(가브리살), 삼겹살이 붙은 형태로 정형해 동시에 여러 부위의 맛을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 주효했다.
까다로워진 소비자의 입맛에 따라 돼지고기 두께도 다변화하고 있다. 이마트의 지난달 삼겹살 매출 비중을 보면 일반적인 7~8mm 두께의 구이용 냉장 삼겹살이 56%를 차지한 가운데, 13mm 내외의 ‘칼집 삼겹살(27%)’과 25mm 내외의 ‘두툼 삼겹살(17%)’도 점차 수요가 늘고 있다.
노승민 이마트 돈육 바이어는 “새로운 정형 방법을 통한 상품 발굴, 다양한 두께의 삼겹살 도입 등 신선식품도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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