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기획재정부에는 부총리가 한 명, 장관이 두 명이다.’
재정·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는 요즘 가장 바쁜 정부 부처 중 하나입니다. 질병관리본부(질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확산을 막는 방역 컨트롤타워라면, 기재부는 ‘경제방역’을 총괄하는 중책을 맡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일까요. 기재부의 차관 두 명이 ‘장관급’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마스크 대란’부터 재난지원금까지 국가적인 논란이 불거진 사안마다 궂은 일을 도맡으며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마스크 품귀 현상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뚜렷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김 차관은 2월부터 마스크 수급 안정 태스트포스(TF)를 이끌었는데, 당시는 마스크 공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정부를 향한 비난이 최고조에 이르던 시점이었습니다. 김 차관은 마스크 생산 공장, 약국 등을 현장 방문하며 총리실과 긴밀히 협의하고, 마스크 판매 5부제 정책을 통해 한 달여 만에 마스크 수급을 안정화시키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 출신이기도 한 김 차관은 범 정부 기관이 참여하는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이끌며 코로나 사태에 따른 경제 위기가 금융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되지 않도록 선제적 대응을 주도했습니다. 최근에는 문재인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회의를 이어받아 꾸려진 경제 중대본 회의의 대변인을 맡고 있습니다.
구윤철 기재부 2차관은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재원 확보라는 중책을 맡고 있습니다. 예산실을 진두지휘하며 1~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작업을 주도했는데, 기존 예산 가운데 무려 8조8,000억원을 줄여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재원을 마련했습니다.
특히 정치권에서 지원 범위 확대를 결정하며서 4조6,000억원의 재원이 추가로 필요했는데, 이 가운데 1조2,000억원을 기존 예산에서 추가로 줄이는 ‘악역’을 맡아야 했습니다. 코로나 사태 대응을 위해 48년 만의 3차 추경 편성작업까지 앞두고 있어 구 차관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습니다.
사실 기재부 차관은 부총리를 보좌하거나 정책 입안이 주 업무여서 외부 활동이 활발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부총리가 역할이 커지자 차관들이 나서 현장 행보까지 나서게 된 측면도 큽니다. 전직 경제부처 고위 관료는 “평상시에는 경제 부총리가 혼자 대외 활동을 해도 별 무리가 없으나, 지금 같은 비상 시국에는 부총리 혼자서 모든 것을 다 챙길 수 없다”며 “종합정책 부서인 기재부의 2명의 차관이 지금처럼 적극적인 역할을 해 주는 게 부총리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세종=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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