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극복 위해 대통합해야”
올해 부처님오신날에는 봉축 법요식이 열리지 않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창 기승이던 지난달 중순 일찌감치 한 달 뒤로 미뤘다. 대신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한 한 달 기도가 전국 사찰에서 시작된다.
29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에 따르면 불기 2564년(2020년도) ‘부처님오신날 봉축 및 코로나19 극복과 치유를 위한 기도’ 입재식이 30일 오전 10시 서울 견지동 조계사 등 전국 사찰 1만5,000여곳에서 봉행된다.
행사는 간소하게 치러진다. 조계사에서 열리는 입재식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 중앙종무기관의 주요 교역직 스님들 정도만 참석한다. 조계종 관계자는 “정부 당국과 종단의 방역 지침에 따라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며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도 법회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지친 국민을 위로하면서 국난 극복을 위해 불교계의 원력을 모으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회향식은 내달 30일 열린다.
부처님오신날 당일 오후 7시에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황룡사 9층탑을 본떠 만든 18m 높이의 대형 ‘희망의 등(燈)’이 점등된다. 부처님의 자비 광명으로 세상을 밝게 하자는 게 기본 의미인데, 올해는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게 해달라는 염원까지 반영됐다.
당초 불교계는 매년 그랬듯 올해도 부처님오신날에 봉축 법요식을 열 계획이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지자 지난달 18일 조계종 등 30개 불교 종단이 소속된 한국불교종단협의회가 행사 시기를 5월 30일로 연기하겠다고 발표했고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이 이달 19일 완화된 뒤에도 일정을 그대로 유지했다.
올해 강조되는 메시지는 ‘화합’이다. 조계종 종정(宗正ㆍ최고 어른)인 진제 스님은 전날 총무원장 원행 스님이 대독한 교시를 통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반목과 대립을 청산하고 새로운 미래를 열기 위해 대통합의 길을 열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인간의 생명과 안전은 최상의 절대적 가치”라며 “우리 사부대중(四部大衆ㆍ스님과 재가불자)은 신명을 다 바쳐 불조(佛祖)의 소명과 시대적 책무를 다 해야겠다”고 당부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은 같은 날 조계종 총무원에 전달한 부처님오신날 축하 메시지를 통해 “전염병으로 초래되는 불신과 원망, 분노 대신 자비와 평화, 사랑이 세상에 퍼지도록 종교계가 함께 힘을 모으고 모범을 보이자”고 제안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29일 메시지에서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맞는 2020년 부처님오신날은 우리에게 던져진 근본적 과제를 성찰하며 이웃을 향한 더 깊은 연민과 연대의 자리로 낮아질 수 있기에 더욱 뜻깊다”고 밝혔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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