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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대응 무능한 정부에 불복종” 성난 프랑스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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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대응 무능한 정부에 불복종” 성난 프랑스 시민들

입력
2020.05.01 04:30
수정
2020.05.01 07:5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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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쇄로 코로나 확산은 막았지만

인구밀도 높은 빈민가 사망 폭증

이동제한령 거부하며 방화ㆍ폭동

“위험 인지하고도 초기대응 부실”

의사 600명, 총리 상대 법원 소송

정부 무능에 분노 목소리 잇따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3월 16일 파리에서 TV 생방송을 통해 코로나19 관련 제2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파리=AFP 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3월 16일 파리에서 TV 생방송을 통해 코로나19 관련 제2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파리=AFP 연합뉴스

시민혁명으로 루이 16세를 단두대에 올리고 공화국을 만든 ‘시민 불복종’의 나라 프랑스 내부 곳곳에서 정부를 향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현장 상황 무시와 혼란된 메시지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은 물론 사회적 약자의 삶을 더 피폐하게 만들고 있다는 불만이다.

주요 외신들은 최근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에 대한 프랑스 내부의 비판 여론을 집중 보도하고 있다. CNN방송은 “최근 프랑스의 대표적 빈민가인 파리 외곽의 센생드니주(州)에서 연일 방화와 폭동이 발생하는 등 혼란에 빠져 있다”고 전했다. 먹고살기 위해 일터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이들에게 경찰이 이동제한령 위반을 이유로 과도한 폭행과 인종차별 행위를 서슴지 않자 결국 거리로 뛰쳐나온 것이다.

실제 선진국인 프랑스에서도 빈민 거주지의 감염 위험이 훨씬 심각하다는 건 금방 확인된다. 프랑스 국립통계연구소에 따르면 4월 첫 주 센생드니주의 사망률은 작년 동기 대비 295%나 높아졌다. 같은 기간 파리에선 174%, 프랑스 전체에선 61% 증가했다. 특히 봉쇄 조치로 인한 코로나19 확산 방지 성과와는 별개로 노동자들의 삶이 더 악화했다는 점이 시민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언론인 타하 부아파스는 “교외 임대주택에는 대부분 재택근무 ‘특권’이 없는 이들이 대가족을 이뤄 살고 있다”면서 “이들에게 집에만 있으라는 건 생계를 포기하라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의 조직적인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600여명의 의사는 얼마 전 필리프 총리를 상대로 법원에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코로나19의 위험성을 알고서도 초기에 충분한 마스크 확보와 진단검사 실시를 외면했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엔 2017년 마크롱 대통령 취임 후 병상 1만여개 축소 등으로 공공의료 시스템을 망가뜨려 왔다는 분노가 깔려 있다. 프랑스 근로감독관노동조합도 3월 21일 뮤리엘 페니코 노동장관을 국제노동기구(ILO)에 제소했다. 노조는 국가 위기 상황임을 이유로 정부가 근로감독관의 사업장 불시 점검을 사실상 막은 건 노동자들의 권리에 대한 명백한 침해라고 비판했다.

미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마크롱 대통령이 코로나19 사태에서 일관되지 않은 메시지로 의사 소통에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무기한 연기된 지방선거 결선투표 일정을 둘러싼 혼란이 단적인 예다. 비필수 사업체 폐쇄를 지시하면서 지방선거 연기를 거부한 지 하루 만에 전국적 이동제한령을 발동함으로써 이동의 자유에 민감한 민심을 거스렸다는 것이다.

표면상으로 마크롱 정부의 지지율은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해 연금 개혁에 반발하는 노란조끼 시위 등으로 20%대까지 추락하더니 최근엔 50%를 넘나들고 있다. 하지만 프레데릭 다비 프랑스여론연구소 소장은 “2015년 1월 한 주간지 편집국 총기 난사 테러 직후 프랑수아 올랑드 당시 대통령 지지율이 20%포인트 넘게 급등했다가 금방 추락한 바 있다”고 했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여론이 단기적으로 결집할 수는 있겠지만 마크롱 정부의 노동ㆍ인권ㆍ복지정책에 대한 불신과 불만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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