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이천 물류창고 화재 참사는 3년 전 영국 런던에서 발생한 그렌펠타워 화재 참사를 연상시킨다. 폭발과 함께 순식간에 불길이 번지면서 인명피해가 컸다는 점에서다. 특히 당시에도 건물 외벽에 설치된 ‘우레탄폼’이 참사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됐다.
2017년 6월 14일 새벽 1시쯤 영국 런던 서부의 북켄싱턴 구역에 위치한 24층 임대아파트 그렌펠타워에 불길이 치솟았다. 삽시간에 건물 전체를 뒤덮은 화마는 79명의 생명을 앗아갔다. 영국 소방당국은 당시 “건물 외벽에 설치된 우레탄폼 등 샌드위치 패널로 인해 불길이 삽시간에 번졌다”고 밝혔다.
스티로폼이나 우레탄폼을 주요 소재로 한 샌드위치 패널 단열재는 유리섬유 단열재보다 가격이 저렴해 공사 현장에서 자주 사용된다. 하지만 화재에 취약해 한번 불이 붙으면 연소가 빠르고 유독가스가 다량 발생한다. 이 때문에 독일은 1980년대부터 높이 22m 이상 건물에는 우레탄폼 등이 들어간 샌드위치 패널 설치를 금지했다. 반면 이 때까지도 영국에는 관련 규제가 없었다.
런던 캠던구청은 화재 발생 열흘 후 그렌펠타워와 비슷한 가연성 외장재를 사용한 고층아파트 800여가구에 대피령을 내리고 외장재 제거 작업에 나섰다. 참사 발생 15개월 후인 2018년 10월에는 전국적으로 높이 18m 초과 건물에 가연성 소재를 외장재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우레탄폼, 알루미늄 복합소재 등 가연성 소재 마감재, 플라스틱, 목재 등이 모두 포함됐다.
다만 영국 정부의 공식적인 조치나 법ㆍ제도 개선은 2022년에나 공식화할 전망이다. 화재 발생 3개월 뒤 구성된 화재조사위원회가 건물 설계상의 문제, 외벽에 가연성 소재를 사용하는 것과 관련한 문제 등을 정밀하게 살핀 결과는 그 때에나 나올 것으로 보인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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