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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행 스님 “코로나가 어리석음 깨우쳤다”… 부처님오신날 법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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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행 스님 “코로나가 어리석음 깨우쳤다”… 부처님오신날 법어

입력
2020.04.30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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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 사찰서 ‘코로나 극복’ 한 달 기도 입재식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이 30일 서울 견지동 조계사에서 열린 '부처님오신날 봉축 및 코로나19 극복과 치유를 위한 기도' 입재식에서 관불 의식을 하고 있다. 뉴시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이 30일 서울 견지동 조계사에서 열린 '부처님오신날 봉축 및 코로나19 극복과 치유를 위한 기도' 입재식에서 관불 의식을 하고 있다. 뉴시스

“삼계개고(三界皆苦)이나 아당안지(我當安之)하리라. 세상이 모두 괴로움으로 가득하나 내가 마땅히 편안하게 만들리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이 불기 2564년(2020년) 부처님오신날인 30일 봉행된 ‘부처님오신날 봉축 및 코로나19 극복과 치유를 위한 기도’ 입재식 법어에서 강조한 건 ‘각성’과 ‘절제’였다.

그는 이날 서울 견지동 조계사에서 열린 입재식에서 “오늘날 우리 모두에게 커다란 무명(無明ㆍ진리를 깨닫지 못하는 마음의 상태)을 깨우쳐준 건 코로나19”라며 “인간의 이익을 위한 뭇 생명 생존의 위협 및 과도한 욕심과 지나친 소비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제대로 알게 해줬다”고 환기시켰다.

이어 “코로나19는 탐진치(貪嗔癡) 삼독(三毒)을 가르쳐준 ‘대 선지식(善知識)’”이라며 “코로나 와중에도 꽃구경을 가야겠다는 탐심(貪心), 학교가 문을 닫고 가족 모두가 가정에 머물러야 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생긴 화나는 마음(진심ㆍ嗔心), 마스크 착용과 거리 두기를 게을리하거나 과도하게 불필요한 접촉을 하거나 의학적 학문과 종교적 신념의 영역을 구별하지 않으려는 어리석음(치심ㆍ癡心)이 코로나 주변 확산으로 이어진다는 것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원행 스님은 “연등에 불을 켜고 어둠을 밝히는 건 내 마음 속의 어리석음과 무명을 밝히는 일”이라며 “이제 일상 생활은 그런대로 가능한 ‘일상방역 체제’로 전환할 수 있는 시점에 이르게 됐으니 일천만명이 연등을 한 개씩 더한다면 그 공덕으로 코로나라는 괴로움의 세상을 룸비니 꽃동산으로 바꿀 수 있는 원력이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그는 전날 발생한 ‘이천 대형 화재’와 관련, “불의의 사고로 희생되신 고인들의 극락왕생과 부상자들의 빠른 회복을 발원하고 가족들께도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며 “조속히 사고가 수습되기를 바란다”고 하기도 했다.

이날 불교계는 당초 부처님오신날 당일 열려던 봉축 법요식을 한 달 뒤로 미루는 대신 전국 사찰에서 코로나19 극복을 염원하는 기도 정진에 들어갔다.

조계사 입재식은 법회가 열리는 자리를 깨끗이 하는 도량결계(道場結界), 여섯 가지 공양물을 부처님에게 올리는 육법공양(六法供養), 중생의 어리석음을 깨치기 위해 북과 종을 울리는 명고ㆍ명종, 스님과 신도회 불자가 부처님(佛)과 부처님의 가르침(法), 이 가르침을 믿고 따르는 승가(僧)에 귀의를 약속하는 삼귀의례 등 순으로 진행됐다.

입재식에 참석한 스님과 불자는 발원문을 통해 “인종과 종교, 국경과 신분을 초월해 지구촌 모든 인류가 화합하며 서로의 용기를 북돋아 어려움을 함께 이겨 나가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염원했다. 또 “생명을 지키는 일은 무엇보다 고귀한 복을 짓는 것”이라며 “병자들을 돌보는 의료인들과 모든 공덕자들의 건강과 행복을 발원하며 함께 보살행을 실천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행사에는 50여명의 스님과 신도회 불자 등 약 500명이 참여했다. 이들을 위해 대웅전 앞마당에는 300개가량의 의자가 띄엄띄엄 배치됐고, 이곳에 앉지 못한 신도들은 마당 주변에 선 채 입재식에 참여했다.

입재식을 봉행한 전국 사찰에서는 이날부터 코로나 극복을 위한 기도가 진행되며 한 달 뒤인 5월 30일 회향식과 더불어 부처님오신날 봉축 법요식이 거행된다.

이날 오후 7시에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황룡사 9층탑을 본떠 만든 대형 ‘희망의 등(燈)’ 점등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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