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ㆍ日 언론은 사실관계 전달 초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건강 이상설을 잠재우고 20일 만에 모습을 드러내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개적인 환영 메시지를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톱다운 소통’에 재시동을 걸면서 교착 상태인 북미대화의 불씨를 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트위터에 “그(김정은)가 건강하게 돌아온 것을 보게 돼 기쁘다”고 짤막한 글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노동절(5ㆍ1절)을 맞아 평안남도 순천 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사진을 올린 다른 이의 트윗글을 리트윗하며 이 같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북한 매체가 김 위원장의 준공식 참석 소식을 보도한 직후 “아직 (김 위원장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게 좋겠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그런 그가 하루 만에 김 위원장 복귀에 대해 직접 환영의 뜻을 밝힌 것은 미 정보당국이 김 위원장의 건재함을 최종 확인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신상에 관해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이번 주말 그와 이야기를 나눌 것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럴지도 모른다(I may)”고 답하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김 위원장에 대한 트윗글을 올리기 50여분 전에 2018년 6ㆍ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과 악수하는 장면이 담긴 59초 분량의 재선 캠프 홍보 동영상을 트위터에 공개했다.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외교 성과로 홍보해 온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생존을 확인하자마자 이를 재선 전략으로 곧장 전환한 셈이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은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정상회담을 성과 없이 끝낸 이후 답보 상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건강 문제를 매개로 북한과의 대화에 시동을 건 데 대한 외신의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친구’라고 불러 왔지만 지난 3주간의 ‘미스터리’로 진전 없는 북한의 비핵화 작업과 북미 관계의 한계만 부각됐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반응을 보인 미국과 달리 중국과 일본은 북한 매체 보도를 인용해 김 위원장의 공개 행보에 대한 사실관계를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
김 위원장 위중설이 증폭되는 상황에서도 줄곧 “출처가 어디인지 모르겠다”며 입을 열지 않았던 중국 외교부는 3일에도 같은 기조를 유지했다. 신화통신ㆍCCTVㆍ환구시보 등 중국 관영 매체들은 전날부터 김 위원장의 준공식 참석 소식과 현지 분위기, 참석자 면면 등을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내용 그대로 내보내는 데 그쳤다.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은 “김 위원장이 건강 이상설을 불식하고 건재를 과시했다”고 전했다. 아사히신문은 김 위원장이 20일 만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순천 인비료공장을 선택한 것과 관련해 “순천은 조부 김일성 주석이 자주 방문했던 장소”라며 “북한 내 식량 사정이 좋지 않은 와중에 농업을 중시하며 ‘정면 돌파’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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