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 정치인의 ‘중대 잘못’으로 재보궐선거 사유가 발생할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더불어민주당 당헌이 도마에 올랐다. 여직원 성추행 사건으로 사퇴한 오거돈 전 부산시장 때문에 치러지는 내년 4월 보궐선거 때문이다. 특히 지난 4ㆍ15 총선과 함께 실시된 충남 천안시장 공천 경우를 보면 민주당이 ‘중대 잘못’에 대한 규정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천안시장 보궐선거는 민주당 소속 구본영 전 천안시장 때문에 발생했다. 구 전 시장은 지난 2018년 한 사업가로부터 2,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뒤, 천안시체육회 상임부회장에 임명한 혐의로 기소됐다. 1, 2심 모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인정됐고, 지난해 11월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돼 직을 상실했다. 민주당은 지난 2015년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ㆍ부패 등 중대 잘못으로 직위를 상실해 보궐선거를 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당헌을 만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를 하던 시기다.
이를 근거로 당시 천안아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성명을 내고 “민주당은 책임 있는 공당으로서 당헌에 따라 사고 지역에 공천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라”고 요구했다. 천안시가 부담하는 20억가량의 보궐선거 비용도 민주당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선택은 달랐다. 민주당 충남도당은 “구 전 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은 중대한 잘못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고 보궐선거에 후보를 공천했지만 결국 패했다. 당시 민주당의 선택을 두고 “중대 잘못의 기준이 도대체 무엇이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내년 4월 7일 예정된 부산시장 보궐선거 공천을 두고 당 내부에서 의견이 엇갈리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이번 총선에서 경남 양산을에서 당선된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최근 “민주당은 부산시장 선거에 후보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뜩이나 이번 총선에서 부산ㆍ울산ㆍ경남(PK) 성적이 신통치 않은데, 대선을 1년 남짓 앞두고 진행될 부산시장 보궐선거까지 무력하게 내줄 경우 분위기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제 민주당이 공천을 할 경우, 오 전 시장의 성추행을 중대 잘못에 포함시키지 않는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게 된다. 더 큰 후폭풍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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