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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의 시선] 일본이 부러워하는 한ㆍ인니 코로나 협력

입력
2020.05.04 15:00
수정
2020.05.04 21:41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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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의료진들이 방호복이 부족해 비옷을 입고 코로나19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템포 캡처
인도네시아 의료진들이 방호복이 부족해 비옷을 입고 코로나19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템포 캡처

“한국 일본과 방호복 공동 생산의 실용적 방안을 마련했다.”(지난달 16일)

“한국 덕에 진단 속도가 빨라졌다,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지난달 23일)

인도네시아 외교부 장관은 일주일 간격으로 한국을 추켜세웠다. 현지에 파견된 전 세계 특파원들 앞에서 이름이 연거푸 불린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한국을 국제 협력의 모범, 세계적 전염병 대유행 사태 해결의 본보기로 삼은 것이다. 처음 체험한 줌(Zoom) 접속 특파원 화상 회견에서 마이크를 켠 뒤 “제가 한국 특파원입니다”라고 외치고 싶을 만큼 뿌듯했다.

일본이 한차례 함께 거론된 이유도 있었다. 우리나라와 인도네시아가 구축한 방호복 공동 생산 체제는 한국 등에서 원단을 들여와 현지 한인 업체가 방호복을 만들어 다시 한국으로 보내는 물량의 일부를 인도네시아 정부가 내수용으로 사들이는 방식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방호복 등 의료물품의 수출을 금지했는데 한국만 예외를 뒀다. 그러면서 일본에 “한국을 배우라”고 일러줬고, 인도네시아 주재 일본 대사가 한국 대사관에 직접 전화해 물은 뒤 한국을 따라 하게 됐다는 게 취재 결과다.

인도네시아에서 일본이 어떤 나라인가. 우리보다 앞서 진출해 인도네시아 차량의 98%를 점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 위상을 실감할 수 있다. 사소한 일부터 챙겨 현지인 마음을 사로잡는 일본의 전략을 배워야 한다는 지적, 대형 프로젝트에 일본 입김이 개입해 우리 기업이 낭패를 봤다는 증언도 종종 들린다. 그런 일본의 존재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더불어 희미해진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정부, 기업, 교민사회가 어우러지는 3각 지원 소식을 매일 쏟아낼 정도다. 현지의 열악한 의료 현실을 소개한 3월 20일 한국일보 보도(우비 입고 환자 이송… 인니, ‘형제국’ 한국에 SOS) 이후 양국은 ‘위기가 기회’ ‘어려울 때 돕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뻔한 수사를 가슴 뜨거운 현실로 만들며 협력의 새 장을 열고 있다. 정(情)이 깃든 신속 정확한 인도적 지원은 그 어떤 신(新)남방 구호보다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Berat sama dipikul, Ringan sama dijinjing(브랏 사마 디피쿨, 링안 사마 디진징ㆍ무거운 것은 함께 지고, 가벼운 것은 함께 든다)’이라는 현지 속담처럼, “너무 도와줘서 고맙다”는 전직 국회의원 지인의 말처럼 인도네시아는 한국을 잊지 않을 것이다. 차세대 전투기 사업 등 풀어야 할 숙제는 남아있지만 코로나19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기대한다. 우리는 충분히 잘하고 있다.

고찬유 자카르타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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