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르던 반려동물을 더는 키울 수 없게 됐다. 주변에 맡길 데도 없다. 이럴 때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미국이나 일본에 산다면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보호소에 합법적으로 동물의 소유권을 넘길 수 있다. 보호자가 사육을 포기한 동물을 지자체가 인수하도록 하는 ‘사육 포기 동물 인수제’가 시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보호소에 넘겨진 동물의 생사는 보장할 수 없다. 운이 좋으면 버려진 동물은 새 입양처를 찾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안락사로 생을 마감할 것이다.
한국은 이마저도 불가능하다. 때문에 보호소 앞에 개를 몰래 묶어놓고 가는 사람도 있고 개나 고양이가 쫓아오지 못하도록 아예 도로에 버리기도 한다. 버려지거나 길을 잃은 유기·유실 동물이 2018년 기준 12만 마리를 넘는다.
그러다 보니 저마다의 피치 못할 사정으로 동물을 포기하는 사람들을 겨냥한 새로운 업종이 생겼다. 돈을 받고 동물을 맡은 뒤 새 보호자에게 돈을 받고 입양을 보내는 이른바 ‘신종 펫숍’이다. 강아지를 번식장에서 구입해 판매하는 펫숍업체들이 부대사업으로 하고 있는데 ‘안락사 없는 보호소’라는 문구까지 내걸며 공격적 마케팅을 하고 있다.
언뜻 보면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민간이 대신해 준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영리 목적으로 운영되면서 동물을 받고 보내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신종 펫숍업체는 동물 관리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동물을 맡은 뒤 새 가족을 찾아주기까지 기간을 최소화하고 있다. 입양을 보낼 때 동물의 상태뿐 아니라 동물을 제대로 기를 수 있는 이들인지 등을 꼼꼼하게 체크하지 못한다.
동물의 소유권을 포기할 때 드는 비용도 부르는 게 값이다. 동물의 품종과 나이, 질병 유무에 따라 비용은 급격히 올라가는데 동물을 포기하는 이들은 대체로 동물에 대한 미안한 마음에 수백만원까지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하지만 계약을 철회해도 돈을 돌려받지 못한 사례도 취재 도중 여러 건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신종 펫숍이 활개를 치고 있는 것은 아직 국내에는 사육 포기 동물을 돈을 받고 인수해 이를 되파는 영업 행위에 적용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동물보호법상 ‘동물판매업’의 경우 동물을 ‘구입’해 판매, 알선 또는 중개하는 영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즉 번식장 등으로부터 구입한 동물을 팔 경우에만 동물판매업으로 지자체에 등록하면 된다. 사육 포기 동물을 ‘돈을 받고’ 데려오는 경우는 법적 관리 대상에서 제외된다.
동물을 포기했던 사람들로부터 이유를 들어보니 털 빠짐, 출산, 기존에 기르던 동물과의 불화 등으로 다양했다. 하지만 공통적인 것은 동물을 포기한 것에 대한 후회와 죄책감, 그리고 동물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컸다는 점이다. 반려동물이 더 살기 좋은 집으로 가길 바란다는 이유로 파양하는 건 유기를 포장하는 것이다. 스스로 더 좋은 반려인이 되도록 노력하는 게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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