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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헌재, 유럽중앙은행 돈풀기에 제동… “양적완화 필요성 소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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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헌재, 유럽중앙은행 돈풀기에 제동… “양적완화 필요성 소명하라”

입력
2020.05.07 04: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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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 재정건전성에 경고음… EU 집행위 “위기 공동대응” 맞서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유럽중앙은행(ECB) 본부에 설치된 유로화 상징물 앞을 한 행인이 마스크를 쓴 채 지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AP 연합뉴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유럽중앙은행(ECB) 본부에 설치된 유로화 상징물 앞을 한 행인이 마스크를 쓴 채 지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AP 연합뉴스
안드레아스 포스쿨레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장이 ECB의 자산매입이 주어진 권한을 넘어섰는지에 대한 판결을 내리기에 앞서 모자를 벗고 있다. 카를스루에=AP 연합뉴스
안드레아스 포스쿨레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장이 ECB의 자산매입이 주어진 권한을 넘어섰는지에 대한 판결을 내리기에 앞서 모자를 벗고 있다. 카를스루에=AP 연합뉴스

유럽 각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맞서 각종 재정ㆍ통화 정책을 총동원하고 있는 가운데, 독일 연방헌법재판소(헌재)가 5일 유럽중앙은행(ECB)에게 “양적완화(QEㆍ자산 매입을 통한 화폐 공급)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소명하라”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최대 경제국인 독일이 유로존 차원의 건전재정에 강한 경고음을 울린 셈인데, 향후 경과에 따라 유로존의 재정ㆍ통화정책에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독일 헌재 “ECB, 통화정책 경제 영향 고려하라”

독일 헌재는 이날 ECB가 양적완화의 일환으로 운영 중인 회원국 국채매입 프로그램(PSPP)이 “ECB에 주어진 권한을 넘어선 것”이라며 “3개월 안에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소명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독일 헌재는 판결문에서 “ECB는 PSPP로 인해 달성할 수 있는 통화정책의 목표와 그 여파로 발생하는 경제적 영향 사이에 균형을 잡는데 실패했다”며 “(양적완화의) 부정적 영향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부정적 영향으로는 △장기 금리 하락에 따른 저축 이자 손실 △기업의 자금 조달 용이로 인한 ‘좀비 기업’ 등장 △자산매입 장기화 부담 증가 등을 들었다.

이에 ECB는 “2018년 12월 유럽사법재판소는 ECB가 물가안정 목표 달성이라는 권한 내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며 사실상 독일 헌재 판결을 반박했다. 하지만 ECB 운영자금의 대부분을 출자하는 독일 연방은행(분데스방크)이 독일 헌재의 판결에 따라야 하기 때문에 ECB는 일단 헌재의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럽 각국 중앙은행의 ECB 출자 기여도
유럽 각국 중앙은행의 ECB 출자 기여도

◇긴축주의 독일의 ‘ECB 흔들기’

이번 판결은 넓게 보면 유로존 각국의 지속적인 국채 발행과 재정 지출에 대한 독일의 불만을 반영한 것으로 읽힌다. 긴축 성향이 강한 독일 정부는 ECB의 자산 매입 프로그램이 ‘재정의 화폐화’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소송을 벌여 왔다. 재정의 화폐화란 정부가 발행한 국채를 중앙은행이 매입해 사실상 돈을 찍어 재정을 지출하는 효과를 내는 것을 말한다.

일단 독일 헌재는 PSPP가 재정의 화폐화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유럽 각국 중앙은행의 ECB 출자 비율대로 국채를 매입해야 한다는 제약조건이 설정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ECB가 새로 도입한 긴급매입프로그램(PEPP)에는 이런 제약조건이 완화됐기 때문에, 이탈리아나 프랑스 등 부채비율이 높은 국가의 국채 매입에 독일, 네덜란드 등 ‘건전재정’ 국가가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아울러 독일 헌재가 유럽사법재판소의 판결에 맞서는 판결을 내림으로써 사실상 ‘유럽 통합’을 훼손하는 사건으로도 해석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금융시장은 이미 ECB가 유로존 부양을 위해 ‘필요한 모든 수단(Whatever it takes)’을 사용하기 어려워졌다고 해석하고 있다. 국채 매입 관련 악재에 민감한 이탈리아의 국채 금리는 이날 상승(국채 가격 하락)했고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도 약 0.7% 하락했다.

이번 판결은 중앙은행의 비전통적 통화정책 한계에 대한 논란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헨리크 엔더라인 베를린 헤르티거버넌스스쿨 학장은 “독일 헌재는 통화정책과 경제적 파급 효과에 경계선을 긋기를 요구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는 불명확하다”면서 “ECB가 앞으로 펼치는 모든 정책이 법률적 위협에 놓이게 됐다”고 주장했다.

유럽중앙은행의 자산매입 프로그램 현황
유럽중앙은행의 자산매입 프로그램 현황

◇EU 집행위는 “유럽 위기 공동 대응해야”맞서

한편 6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올해 유로존이 -7.7%, 비유로존을 포함한 EU 전체는 -7.4%의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유로존 전체 국가채무비율도 지난해 86%에서 올해 102.7%로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재정 적자의 골도 깊고 코로나19 피해도 극심했던 이탈리아는 올해 -9.5% 역성장하고, 국가채무비율도 158.9%까지 팽창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독일 헌재의 판결에 맞서, EU 집행위가 유럽 통합의 편에서 ‘건전재정’ 국가가 어려운 국가를 도와야 한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파올로 젠틸로니 EU 경제담당 집행위원은 “유럽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 충격에 직면했고 회복세도 불균형할 것”이라며 “이런 불균형이 단일시장과 유로존을 위협하겠지만 유럽이 공동으로 단호하게 대응한다면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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