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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펼쳐ZOOM] 30여벌 의상 싣고… 트로트 가수 김양의 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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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펼쳐ZOOM] 30여벌 의상 싣고… 트로트 가수 김양의 밴

입력
2020.05.09 09:00
수정
2020.05.09 09:0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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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 가수 김양과 김동훈 매니저가 타고 다니는 밴에서 꺼낸 의상과 신발 등 물품을 바닥에 펼쳐놓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트로트 가수 김양과 김동훈 매니저가 타고 다니는 밴에서 꺼낸 의상과 신발 등 물품을 바닥에 펼쳐놓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트로트 가수 김양이 의상과 구두 등 차 안의 물품을 펼쳐 놓고 노래를 부르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트로트 가수 김양이 의상과 구두 등 차 안의 물품을 펼쳐 놓고 노래를 부르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온통 트로트 열풍이다.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이 대성공을 거두면서 트로트 가수의 인기가 아이돌 못지 않게 치솟고 있다. 오디션 도전자들이 리메이크 해 부른 옛 노래까지 일제히 음원 차트 상단에 오를 정도다.

신드롬에 가까운 트로트 열풍은 오랜 시간 빛을 보지 못한 무명 가수들에게 ‘인생역전’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데뷔 13년 차 트로트 가수 김양(본명 김대진)도 그 중 하나다. 그 자신이 미스트롯 도전자이기도 한 김씨는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인기의 수직상승을 실감했다. 하루 이동 거리가 1,200㎞를 넘긴 적도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아니었다면 그와의 만남은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전국 각지를 이동하며 촘촘한 스케줄을 소화해야 하는 트로트 가수에게 매니저가 모는 승합차는 필수다. 10분 공연, 1시간 이상 이동이 일상이다 보니 김씨가 가장 오래 머무는 공간은 자동차다. 트로트 가수의 승합차엔 뭐가 들어 있을까. 지난 2월 26일 경기 용인시의 한 대학 캠퍼스에서 만난 김양과 그녀의 매니저 김동훈 실장이 승합차에 실려 있는 물건을 조심스럽게 펼쳐 보여줬다.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의상이었다. 원색 위주의 화려한 원피스, 다양한 패턴이 수 놓인 드레스 등 30여 벌의 무대 의상이 뒤 트렁크에서 나와 자리를 잡았다. ‘작은 의상실’이라고 해도 무리가 아닐 만큼 의상의 종류는 다양했고, 무대에서 신는 각양각색의 구두 또한 10여 켤레가 넘었다.

그 밖에 메이크업 용품 상자와 액세서리 상자, 홍보용 CD, 옷걸이, 음료를 비롯해 노래방 마이크, 매니저의 운동기구도 나왔다. 코로나19로 공연 취소가 잇따르는 상황에서도 김양은 이날 여유로운 표정으로 차근차근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트로트 가수 김양의 화려하고 다양한 의상들.
트로트 가수 김양의 화려하고 다양한 의상들.
다양한 의상에 맞춰 신는 구두들.
다양한 의상에 맞춰 신는 구두들.
30여 벌의 의상을 거는데 필요한 옷걸이.
30여 벌의 의상을 거는데 필요한 옷걸이.

◇어떤 계기로 트로트를 시작했나

어렸을 때부터 가수 말고 다른 걸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스물아홉 살에 소속사에 들어가 몇 년간 연습생 생활을 하며 데뷔를 꿈꿨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이때 장르는 발라드였다. 그러다 우연히 송대관 선생님의 기획사 오디션 소식에 도전했다. 1년 반 만에 200여명의 도전자를 누르고 합격한 후 곧바로 트로트 가수의 길을 걷게 됐다. 그때가 2008년이었다.

◇트로트의 매력은 무엇인가

원래 하려던 음악이 트로트가 아니다 보니 딜레마에 빠진 적도 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 장르가 무척이나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발라드는 듣는 것에서 멈추지만 트로트는 모든 사람이 다 같이 즐길 수 있고 나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것을 ‘흥’이라고 생각한다. 지방 공연장에서 만나 뵙는 어르신들이 종종 “밥 먹었냐”고 물어보시는데, 그 말이 그렇게 따뜻할 수가 없다. 다른 장르와 달리 서서히 다가오는‘정’도 유독 강한 것 같다.‘흥’과‘정’이 바로 트로트의 가장 큰 매력이다.

◇애착이 가는 소품이 있다면

노래방 마이크가 ‘최애(가장 사랑하는)’ 아이템이다. 이동할 때 음악을 많이 듣기도 하지만 마이크를 들고 노래를 부르며 목을 푸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책을 주로 봤는데 움직이는 차 안에서 책을 보기가 쉽지 않더라(웃음).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몇 년 전 소속사에서 나와 친오빠와 1인 기획사를 만들었다. 그 후 공연을 펑크 낸 적이 딱 한 번이다. 전라도에서 경상도로 넘어가는 먼 길었는데, 정시에 도착했지만 행사가 5분 정도 빨리 끝나는 바람에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허탈감도 컸지만, 무엇보다 기다리다 실망했을 어르신들에게 너무 죄송했다. 사전에 받은 공연비도 돌려드려야 했다. 급하게 이동하면서 구두로 갈아 신지 못해 운동화나 슬리퍼 차림으로 무대에 선 적도 있다. 뭔가 잘 못 됐다는 사실은 무대에 오르기 직전에 발견하곤 한다(웃음).

트로트 가수 김양이 차에 실린 의상들을 내리고 있다. 정준희 인턴기자
트로트 가수 김양이 차에 실린 의상들을 내리고 있다. 정준희 인턴기자

◇트로트는 꺾어야 제 맛이라는데

방송 프로그램에 나가면 “꺾기 좀 보여주세요, 반짝이를 입어주세요”라는 요청이 자주 들어온다. 개인적으로 트로트는‘반짝이’와‘꺾기’가 다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의 흥과 정을 담아 세월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노래가 바로 트로트라고 생각한다. 이미자 선생님도 꺾지 않는다. 국민들에게 더 멋진 음악을 선사하기 위해 나를 포함한 트로트 가수들이 노력을 많이 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매니저 김동훈 실장

트로트 가수의 지방 공연을 24시간 동행한다. 가수를 위해 물이나 간식을 챙기고 공연을 모니터 하는 기본 업무는 물론, 급한 사무 처리까지 해결한다. 가수가 무대에 오른 사이 MR(반주)이 끊기는 등의 사고에 대처하기 위해 주로 음향팀에서 대기한다. 특별한 스케줄이 없더라도 가수랑 자주 통화하며 컨디션을 챙긴다. 매니저는 가수의 그림자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홍인기 기자 hongik@hankookilbo.com

정준희 인턴기자

트로트 가수 김양이 의상이 빼곡히 실린 차 안을 공개하고 있다. 정준희 인턴기자
트로트 가수 김양이 의상이 빼곡히 실린 차 안을 공개하고 있다. 정준희 인턴기자
김양과 매니저 김동훈 실장. 정준희 인턴기자
김양과 매니저 김동훈 실장. 정준희 인턴기자
트로트 가수 김양과 매니저가 차량에서 꺼낸 의상과 신발 등 물품을 바닥에 펼쳐놓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트로트 가수 김양과 매니저가 차량에서 꺼낸 의상과 신발 등 물품을 바닥에 펼쳐놓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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