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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인 이재용 “삼성, 4세 경영은 없다” 전격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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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인 이재용 “삼성, 4세 경영은 없다” 전격 선언

입력
2020.05.06 17:46
수정
2020.05.07 07:32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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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승계 등 대국민 사과… “무노조 경영 폐기”

준법감시위 권고 수용, 시민사회 조언 경청도 다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등 과거 준법경영 위반 행위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등 과거 준법경영 위반 행위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제 아이들에겐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자신까지 3대째 이어져 내려온 그룹내 오너경영 체제 중단을 전격 선언했다. 경영권과 소유권을 확실하게 분리하겠다는 의지에서다. 이 부회장이 지난 2016년 12월 국회 청문회에서 "저보다 훌륭한 사람이 있으면 언제든 경영권을 넘길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지만 자녀 승계에 대한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부회장은 또 외부 경영감시 기구인 삼성준법감시위원회(준법위)의 권고대로 과거 경영권 승계 과정과 노사관계에서 발생한 불법 행위에 대해서도 머리를 숙였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삼성이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때로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실망을 안겨드렸다”며 “법과 윤리를 엄격하게 준수하지 못했고, 사회와 소통하고 공감하는 데에도 부족했기 때문이다”라고 운을 뗐다.

이 부회장은 과거 경영권 불법 승계 혐의로 재판을 받은 삼성에버랜드 및 삼성SDS 건과 현재 자신이 받고 있는 뇌물 혐의 재판을 언급하면서 “저와 삼성은 승계 문제와 관련해 많은 질책을 받았다”고 사과했다. 그는 “이젠 오로지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만 집중하겠다”며 “훌륭한 인재들이 저보다 중요한 위치에서 사업을 이끌어가도록 하는 게 제게 부여된 책임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 대목에서 “오래 전부터 마음 속에 두고 있었다”며 자녀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노사 문제에 대한 입장도 내놨다. 그는 이른바 ‘노조 와해’ 혐의로 재판 중인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전자서비스 건을 지목하면서 “삼성의 노조 문제로 인해 상처 입은 모든 분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더 이상 삼성에서는 무노조 경영이란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며 “노조관계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노동3권을 확실히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시민사회와 소통 강화 방침 또한 내비쳤다. 그는 “시민사회와 언론은 기업 스스로 볼 수 없는 허물을 비춰주는 거울이다”라며 “외부 질책과 조언을 열린 자세로 경청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이 부회장의 회견에 대해 재계 안팎에선 준법위 권고를 충실히 수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준법위는 지난 3월 삼성의 최우선 준법경영 이행 과제로 ‘경영권 승계’ ‘노사 문제’ ‘시민사회 소통’을 설정하고 이에 대해 총수인 이 부회장의 직접 사과와 개선책 마련까지 요구한 바 있다. 10분가량 미리 준비된 발표문을 읽는 형식으로 진행된 기자회견 도중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와 노사 관계에서 발생한 과오를 언급하는 부문에선 두 차례 허리를 굽혔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주위의 우려 속에서도 삼성의 변화를 위한 소신을 발표문에 포함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준법위는 7일 정기회의를 열고 이 부회장의 회견에 대한 평가와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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