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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 '단절'에 주목한 文정부 여성 정책... 경제ㆍ사회활동 보장에 방점

입력
2020.05.08 04:3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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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 3년 딥러닝 분석] 

 과거 정부 ‘저출산 대책’ 중점과 대비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8월 청와대 여성비서관과 오찬을 한 뒤 취임 1주년을 맞이해 발간한 영문 연설집에 서명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8월 청와대 여성비서관과 오찬을 한 뒤 취임 1주년을 맞이해 발간한 영문 연설집에 서명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정부는 ‘친여성, 친페미니즘 정부’로 불린다. 선거 때 여성 유권자들이 더 많은 표를 몰아주는 걸 보면 이 같은 평가가 틀리지만은 않은 듯하다. “여성만 챙긴다”고 주장하며 정권을 공격하는 ‘이남자’(20대 남성)들도 있다. 하지만 “말만 페미니즘 정부”라는 비판 목소리도 여전하다. 문 대통령은 과연 대선후보 시절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던 약속을 지키고 있는 걸까.

문 대통령이 지난 3년간 한 발언 183만여자를 딥러닝 분석한 결과 문 대통령이 언급한 ‘여성’이란 단어에는 ‘경력’ ‘단절’이라는 의미가 가장 크게 포함돼 있었다. 경제ㆍ사회활동 참여 보장을 여성정책의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문 대통령은 앞선 정부와 달리 장관급 고위 공직자 30%, 정부위원회 위원의 40% 이상을 여성에 맡기고 있다.

여성 연관어로 빠지지 않고 등장했던 ‘모성’ ‘아동’ ‘육아’ ‘보육’ 등의 단어가 사라진 점도 눈에 띈다. 김대중 정부 이후 여성정책이 사실 저출산대책으로 채워졌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정부에선 대통령의 인식부터 달라졌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김 전 대통령의 경우 ‘모성’ ‘보육’과 함께 ‘권익’ ‘지위’ ‘법률’ 등의 관점에서 여성문제를 접근했다. 여성부를 만들게 된 문제 의식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보육’ ‘아동’을 우선하면서도 ‘저소득층’ ‘직업훈련’ ‘안전망’ 등에 관심인 것으로 나타나 복지의 문제로 접근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저출산’ ‘낳다’ ‘향상’ 등 출산 문제로 본 측면이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도자’ ‘리더십’ ‘인재’ 등에 관심을 뒀다.

반면 문재인 정부에서는 ‘성폭력’ ‘폭력’ ‘성희롱’ ‘억압’ ‘범죄’ 등의 유사도가 높게 나타난 게 특징이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시작으로 ‘미투 운동’이 크게 일었던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성폭력 유관어 분석 결과 문 대통령은 ‘피해자’ ‘구제’를 중시했다. 특히 ‘분노’ ‘파괴’ ‘무너뜨리다’ 등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를 가감 없이 쓴 것으로 나타났다. 문 대통령이 그간 장자연 사건, 버닝썬 사건, 텔레그램 n번방 사건 등이 발생할 때마다 이례적으로 철저한 수사를 직접 지시한 배경을 어느 정도 짐작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어떻게 분석했나 

한국일보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정밀 분석해 문재인 정부의 정체성을 정의하고자 했다. 2017년 5월 10일 대통령 취임사부터 2020년 5월 4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 발언까지, 지난 3년간 문 대통령의 발언 1,054건을 전수 분석했다. 연설ㆍ축사ㆍ회의ㆍ대담 등을 합해 글자수는 183만4,679자에 달한다.

분석 방법으로는 인공신경망(Artificail Neural Network) 기술이 적용된 자연어 처리(임베딩) 기법 ‘워드투벡터(Word2Vec)’를 한국 언론 최초로 사용했다. 워드투벡터는 데이터에 딥러닝(Deep Learning) 기법을 적용, 말뭉치를 수학적 벡터로 변환하는 기술이다. 특정 단어가 어떤 단어들과 의미군(群)으로 묶이는지를 심층 분석하고, 단어의 맥락적 의미 등을 유추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입체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국가기록원에 등록돼 있는 김대중(855건ㆍ222만6,897자)ㆍ노무현(797건ㆍ190만5,447자)ㆍ이명박(819건ㆍ197만8,145자)ㆍ박근혜(493건ㆍ96만361자) 전 대통령의 연설 등도 함께 분석했다. 집권하기 전과 후의 생각 변화를 살펴보기 위해 문 대통령의 19대 국회의원 시절 발언 등 642건(83만2,999자)도 분석 대상에 포함했다. 본보가 분석한 발언을 모두 합치면 927만1,528자에 달한다.

코딩에는 파이썬(Python)을 활용했고, 형태소 분석은 ‘은전한닢’(Mecab-ko)을 썼다. 워드투백 학습시 스킵그램(Skip-Gram) 모델을 적용했고, 한번에 학습할 단어 개수는 8개(window=8), 차원은 300차원(size=300)으로 설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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