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도 없는 깜깜한 밤하늘에 은가루를 뿌려 놓은 듯 밝게 빛나는 은하수는 천체의 아름다움을 대표한다. 어린 시절 기억을 되돌려보면 우리나라 어느 곳에서라도 수많은 별과 은하수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은 별을 보려면 천문대를 가야 한다는 사실을 당연히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 연휴 첫날 은하수를 볼 수 있는 명소 중 한 곳인 충북 보은군 마로면 원정리를 찾았다. 이곳은 수령이 500년 넘은 느티나무를 배경으로 하늘에 은하수가 피어오르는 장면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은하수를 찾아다니는 별바라기들에게는 잘 알려진 명소 중 하나다.
나는 기대를 안고 깜깜한 발길을 달려 조심스럽게 도착해보니 예상과는 달리 다른 곳보다 조금 많은 별들만 보일 뿐 은하수를 찾을 수가 없었다. 초조함에 당황해하니 암흑 속에서 카메라를 조작하고 있던 내 옆의 별바라기가 “달이 지고 나면 선명하게 보이니 기다려보라”고 조언을 해 주었다. 달이 뒷산으로 넘어가고 밤하늘에 별들이 한층 선명해지자 드디어 은하수가 눈앞에 펼쳐졌다.
은하수는 지금부터 8월까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우리와 가까워지고 더 선명해진다. 그믐달이 뜨는 날 한적한 길을 걷게 되면 하늘을 한번 바라보자. 견우와 직녀의 사랑을 맺어주었던 오작교가 은하수 속에 숨어있을 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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