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고공농성 중인 피해자 최승우씨도 내려와
여야가 7일 ‘현대판 아우슈비츠’로 불리는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의 진상 규명과 피해자 보상을 위한 입법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20대 국회 종료를 약 20일 앞두고서다. 여야는 이번 국회에서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과거사법)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이달 5일부터 국회 의원회관에서 과거사법 처리를 요구하며 고공 농성을 벌인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 최승우(51)씨가 이틀 만에 지상으로 내려왔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홍익표 의원과 미래통합당 간사인 이채익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 앞에서 회견을 열어 “조속한 시일 내 과거사법 수정안을 마련하고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과거사법은 2010년 활동이 끝난 과거사정리위원회(과거사위)를 부활시켜 미해결로 남은 과거사를 국가 차원에서 정리하고 피해자의 한을 풀어주는 것을 골자로 한다. 여야는 법안 취지엔 공감했지만 진상규명 범위와 과거사위 규모 등 각론에서 이견을 보여 입법이 진척되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행안위에서 통합당이 불참한 가운데 민주당이 사실상 단독으로 처리해 법제사법위원회로 넘긴 뒤 내내 묶여 있었다. 통합당은 ‘날치기 처리’라고 반발해 왔다.
민주당과 통합당은 과거사위의 사건 조사 기간을 4년에서 3년으로, 과거사위 소속 위원을 15명에서 9명으로 축소하고, 대통령 추천 몫의 위원을 4명에서 1명으로 조정한 수정안 마련에 합의했다. 홍익표 의원은 지난해 법안 강행 처리를 사과했다.
여야의 이날 극적 합의에는 김무성(부산 중ㆍ영도) 통합당 의원의 중재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김 의원은 의원회관을 나서다 고공농성 중인 최씨와의 즉석 면담을 요청했다. 김 의원은 “20대 국회에서 법안이 처리될 수 있게 하겠다. 각서를 써줄 테니 내려와 달라”고 설득했다. 이후 김 의원이 이채익 의원, 여상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심재철 통합당 원내대표 등을 접촉해 중재에 나서면서 급물살을 탄 것이다. 21대 총선에 불출마해 6선을 끝으로 국회를 떠나게 된 김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었다”고 밝혔다.
과거사법 처리를 위한 본회의 일정은 여야 신임 원내지도부 구성이 마무리되는 다음주 초쯤 윤곽이 나올 전망이다. 홍익표 의원은 본보 통화에서 “양당이 지난 3월 수정안에 이미 합의한 법안으로, 통합당 반발에 막혀 있었던 것”이라며 “본회의가 열리면 곧바로 수정안을 상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