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공판 조국 “감찰 중단 아닌 종료” 주장
이인걸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장이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 재판에서 조 전 장관에 의해 감찰이 비정상적으로 종료됐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반면 조 전 장관 측은 최종 결정권자의 결정에 따라 정당하게 감찰이 종료됐다는 주장을 폈다. 법정에서는 약 5시간 동안 옛 상관과 부하직원 간 공방이 이어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 김미리)는 8일 유재수 전 부산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혐의(직권남용)로 기소된 조 전 장관의 첫 공판을 진행했다. 증인으로 나온 이 전 특감반장은 석연찮은 이유로 감찰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당시 유 전 부시장의 비위 혐의가 충분히 드러났지만 돌연 감찰이 중단되며 수사기관으로 사건을 넘기지도, 최종 보고서를 작성하지도 못했다는 게 증언의 요지다.
이 전 특감반장은 조 전 장관의 감찰 중단 지시가 없었다면 유 전 부시장을 불러서 “왜 자료를 내지 않냐고 응답조사를 했을 것 같다”고 했다. 통상 비위 혐의가 인정되면 관계 기관에 사건을 이첩하거나 감찰 관련 최종보고서를 쓰는데 유독 유 전 부시장 사건에선 그런 절차가 생략됐다는 것이다.
유 전 부시장이 자료 제출에 응하지 않으며 병가를 냈고, 이를 조 전 장관에게 보고한 박형철 당시 반부패비서관이 얼마 뒤 “유재수가 사표를 낸다더라. 이 정도로 정리하기로 위에서 얘기가 됐다니 감찰을 진행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고 이 전 특감반장은 증언했다.
감찰 당시 유 전 부시장이 정권 실세들과 연락을 주고받은 걸 보고 ‘이 사람 꽤 실세구나’라고 느꼈다고도 했다. 당시 윗선의 ‘유재수 구명’ 움직임 때문에 박 전 비서관과 함께 심리적 압박을 받았고, 특히 천경득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식사 자리에서 핀잔을 주듯 “유재수 살려야 한다”고 했을 때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감찰이 중단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중간 보고서에 수사의뢰 필요성이 느껴지도록 강한 톤으로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이 보고서는 조 전 장관에게도 전달됐다.
이 전 특감반장은 또 당시 확인된 유 전 부시장의 비위 행위만으로도 중징계가 가능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 당시 국회에서 유 전 부시장 비위 첩보에 대해 “근거가 약했다”고 한 것은 “거짓 답변”이라고 밝혔다. 특감반이 해체될 때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이례적으로 야간에 업무용 컴퓨터를 수거해 갔다며 유 전 국장의 자료를 폐기하려는 것 아닌가는 생각이 들었다고도 했다.
반면, 조 전 장관 측은 특감반에 강제 수사권이 없어서 병가를 내고 잠적한 유 전 부시장을 더 이상 감찰할 수 없었다는 점을 부각했다. 정당한 감찰종료라는 주장이다. 또 감찰 진행 여부에 관한 최종 결정권은 민정수석에게 있다는 점도 내세웠다. 이 전 특감반장은 이에 수긍하면서도 특감반원들은 감찰을 계속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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