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연휴 기간 느슨해진 경계심이 끝내 화를 불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사건이 슈퍼전파 고위험 장소로 지목되어온 수도권 유흥시설에서 발생했다. 지역사회 감염으로 인한 일일 발생 확진자 수가 0에 수렴하며 사실상 신종 코로나 위기가 종식된 것으로 여겨지던 중 대형 악재가 터진 것이다. 정부가 방역지침 준수를 호소한 기간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밀폐된 공간에서 다수와 접촉한 감염자에게도 잘못이 있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권고 형식을 채택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한계 역시 분명해졌다. 생활 속 거리두기에서도 클럽과 주점 등 유흥업소에서 방역지침이 지켜지리라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는 유흥업소 운영자제를 권고하고 방역지침을 어길 경우 운영을 중단시키는 행정명령을 종료 이틀 만에 다시 발동했지만 이 역시 권고 수준이어서 비슷한 사례가 재발할 수 있다.
8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는 이날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과 관련해 경기 용인시에서 66번째로 확진판정을 받은 20대 남성을 첫 번째 감염자로 지목하면서 관련 확진자(오전 10시 기준 본인 포함 15명)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66번 환자의 동선이 복잡해 같은 시간대(2일 오전 0~4시)에 이태원의 유흥시설을 방문한 사람 전원에게 발병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을 정도다. 더구나 이날 확진자 중 사이버사령부 소속 군인, 성남시의료원 간호사도 포함돼 있어 군부대와 의료시설로의 감염 확산 우려도 크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방역체계를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하겠다고 연휴 이전부터 논의를 시작하면서 국민의 경계심이 흐트러졌다는 지적도 있다. 66번 환자는 발병일로 추정되는 2일 이전에도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무시하고 여러 지역을 여행했다. 경기 가평군 남이섬과 강원 홍천군 대명비발디 리조트까지 동선이 걸쳐 있다. 정은경 중대본 본부장은 “생활 속 거리두기가 일상으로 돌아가도 좋다는 그런 (식으로 여겨져) 그 동안에 잘 지켜왔던 감염예방수칙이나 거리두기의 실천을 좀 느슨하게 하는 게 아닌가에 대한 우려와 걱정을 중대본과 전문가들이 했다”라면서 “방심을 하면 언제든 집단발병으로 급속히 확산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다시 한번 부탁한다”라고 당부했다.
유흥시설에서의 사회적 거리두기 실효성도 논란거리다. 66번 환자는 클럽 입장을 기다리는 동안 마스크를 썼지만 정작 실내에서는 벗은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유흥시설에 적용된 지침은 ‘마스크 미착용자는 입장을 금지’하는 것이다. 생활 속 거리두기 지침에서도 실내 유흥시설 이용자는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춤을 추거나 음료를 빈번하게 마시는 환경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가 이날 오후 8시 기준으로 전국 유흥시설에 운영자제 행정명령을 다시 내리면서 식음료를 먹는 순간에만 마스크를 잠시 벗으라고 명기했지만 실효성을 보장할 방법이 없다.
이번 집단감염 사태가 자칫 13일부터 시행되는 등교개학에 차질을 주거나 교내 감염 확산의 불씨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재학생 1,000명이 넘는 경기 A고교 교장은 “개학하면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될 거라고 체념하는 분위기”라고 푸념했다. 정은경 본부장은 “개학 연기를 얘기하기에는 너무 이른 상황”이라면서도 “유행 역학조사와 전파 확산양상을 보고 위험도를 판단해 관계부처와 (관련)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경기교육청을 비롯한 교육당국은 우선 교외 체험학습 이용을 적극 권장해 등교를 불안해하는 학생들의 출석을 최대한 미룬다는 계획이다. 교육부는 전날 감염병 위기상황에서 가정학습을 교외 체험학습에 포함시키는 내용의 교수학습평가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시ㆍ도ㆍ학교별로 상이한 체험학습 인정 기간 편차를 최소화하도록 각 교육청에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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