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16부작 드라마 ‘부부의 세계’의 시청률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남편의 외도를 둘러싼 부부 간의 갈등에 초점을 맞추던 초반부 이후 이야기가 협박범의 사망, 중학생 아들의 방황 등 다소 산만하게 전개되면서 시청자들의 관심이 떨어졌다는 지적을 받는다.
9일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밤 방송된 ‘부부의 세계’ 13회는 전국 유료가구 기준 21.1%를 기록했다. 이는 이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정점을 찍었던 12회가 기록한 24.3%보다 3.2%포인트나 하락한 수치다. 중반 이후 시청자의 관심이 고조되며 시청률이 상승하는 인기 드라마의 패턴과는 상반된 결과다.
이날 시청률 하락에 대해선 ‘참고 보던 시청자들이 조금씩 이탈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도 이날 방송 이후 부정적인 평이 주를 이뤘다. 시청자 A씨는 “이야기를 고구마처럼 쌓아가기만 할 뿐 시원하게 터트리지 못하고 있어 답답하다”고 적었고, B씨는 “‘부부의 세계’ 후반부에 해당하는 원작 드라마 ‘닥터 포스터’의 시즌 2도 전반부에 해당하는 시즌1에 비해 재미가 없었다”고 썼다. 긍정적인 평도 있었다. C씨는 “이혼으로 인해 자녀의 삶이 어떻게 뒤틀릴 수 있는지 보여준다는 점에서 좋았다”고 썼고, D씨는 “기존 국내 드라마와 달리 단순히 불륜과 이로 인한 갈등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복잡하고 미묘한 부부 간의 감정, 이혼한 자녀의 방황 등을 복합적으로 다뤄서 신선하다”고 적었다.
‘부부의 세계’ 시청률 하락은 이 드라마가 원작으로 삼는 ‘닥터 포스터’가 품고 있는 약점으로 인해 피하기 어려운 현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KBS를 통해 국내 방송됐던 당시에도 ‘닥터 포스터’는 문제아로 바뀐 아들을 둘러싼 부부의 고민을 담은 시즌 2가 불륜을 중심으로 펼쳐졌던 시즌 1에 비해 완성도나 몰입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부부의 세계’는 ‘닥터 포스터’ 시즌 1의 5개 에피소드를 6회 분량으로 풀어낸 반면 시즌 2의 5개 에피소드는 10회 분량으로 각색했다. 사건 전개가 빠르고 압축적으로 진행됐던 시즌 1을 비슷한 속도로 옮긴 전반부에 비해 사실상 절반 속도로 흘러가는 후반부의 긴장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부부의 세계’ 후반부는 원작과 다른 내용을 더하며 새로운 작품으로 변신했다. ‘닥터 포스터’에는 없는 박인규(이학주)의 살해 위협과 사망 사건을 넣고 손제혁(김영민)과 고예림(박선영)의 갈등을 추가하면서 분량을 늘렸다. 하지만 지선우(김희애)와 이태오(박해준) 여다경(한소희)을 중심으로 펼쳐졌던 전반부에 비해 밀도가 떨어지는 것을 피하지는 못했다.
‘부부의 세계’ 13회에서는 아들 이준영(전진서)의 방황과 일탈로 고민에 빠지는 지선우와 이태오의 모습을 그렸다. 준영은 학교 친구를 폭행한 데 이어 도벽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지선우와 이태오는 충격에 빠진다.
‘닥터 포스터’의 스토리라인을 따라간다면 ‘부부의 세계’는 앞으로 이태오와 여다경의 갈등을 그리며 곤경에 처하는 이태오의 모습과 준영이 더 깊은 방황에 빠지게 되는 과정을 그리게 될 전망이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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