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수면 부족, 불규칙적인 생활 탓
‘청춘의 상징’인 여드름이 10~20대에 호르몬 분비가 왕성해지면서 피지 분비량이 많아지고, 피지가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모공에 쌓이면서 오돌토돌하게 올라오는 질환이다.
여드름은 대개 10대 청소년기에 생겼다 성인이 되며 사라지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최근 식습관, 생활 패턴이 바뀌면서 20~30대 청년층이나 40~50대 중년층에서도 여드름으로 고민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 불규칙한 식생활 등으로 턱과 입 주변에 주로 나는 붉은 염증성 여드름이 많다.
◇얼굴 모세혈관 확장으로 생긴 염증, ‘구진 농포성 주사(酒皶)’
중년 여드름은 의외로 ‘주사(酒皶ㆍrosacea)’라는 피부 질환일 가능성이 있다. 주사는 얼굴의 모세혈관이 확장되고 염증이 생기면서 얼굴의 T존 부위가 붉어지는 질환이다. 얼굴이 갑자기 붉어졌다 몇 분 뒤에 사라지는 안면홍조가 악화된 것이다.
주사에는 피부가 지속적으로 붉은 상태가 되는 ‘혈관 확장성 주사’와 혈관 주위에 염증이 생기면서 여드름 모양의 발진이 나타나는 ‘구진 농포성 주사’가 대표적이다.
주사를 일으키는 원인은 다양하다. 이상준 아름다운나라피부과 원장은 “피부ㆍ혈관의 탄력 저하나 호르몬, 고혈압ㆍ발기부전 치료제 등의 혈관 확장성 약물 복용, 매운 음식, 음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여드름으로 오인해 직접 짜거나 스크럽ㆍ필링 등 피부미용 치료를 하면 염증이 심해져 상태가 악화될 수 있다. 특히 코 부위의 구진 농포 주사는 손으로 짜면 세포가 변형돼 피부 모양이 울퉁불퉁하게 될 수 있다.
박귀영 중앙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구진 농포성 주사는 여드름하고 비슷해 중년에 여드름이 생겼다고 알고 있는 환자가 있다”며 “여드름 치료를 위해 필링 등을 하다 증상이 심해져 오기도 한다”고 했다.
주사 치료는 항염 효과가 있는 항생제(미노사이클린, 독시사이클린)를 저용량으로 쓰면서 연고를 동시에 바른다. 항생제는 내성균의 위험이 있어 2~4개월 단기간 쓸 것을 권장한다. 연고는 염증의 원인 중 하나인 모낭충을 억제하고 항염 작용을 한다.
김상석 강동성심병원 피부과 교수는 “항생제 치료는 내성 위험이 있어 3개월 내로 저용량 약품을 사용해야 한다”며 “약물 치료가 어렵거나 혈관 확장이 심하면 혈관레이저 치료를 병행할 수 있다”고 했다.
주사를 예방하려면 생활 속 자외선 차단을 습관화하고 실리실산 등 필링 성분이 들어간 화장품이나 계면활성제가 든 세안제 등 피부를 예민하게 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급격한 피부 온도 변화를 유발하는 뜨거운 목욕이나 사우나 등은 금한다. 술이나 커피, 맵거나 자극적인 음식 섭취 등 혈관 확장을 불러오는 생활습관도 피해야 한다.
◇스테로이드제ㆍ자외선차단제 등으로 인한 ‘여드름 모양 발진’
겉으로 보기에는 여드름과 비슷한데 약물에 원인이 있는 것이 ‘여드름 모양 발진’이다. 주로 염증성 구진이나 고름이 있는 모낭 발진 형태가 많다. 항생제나 소염진통제, 자외선차단제 등의 약물을 복용하거나 바른 후 생기는 발진이다.
처음부터 얼굴이나 등, 팔과 다리에 광범위하게 퍼진 상태로 시작된다. 원인을 모른 채 해당 약물을 계속 먹으면 발진이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 김 교수는 “여드름 모양 발진은 약물 복용 후 즉시 혹은 며칠 내에 나타나지만 약을 끊고 나서 발생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며 “발진이 의심되면 사용한 약물과 발진이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1개월 정도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여드름 모양 발진을 치료하려면 원인 약물을 중단하고 대체 약물로 바꿔야 한다. 대체 약물이 없으면 탈민감화 치료 혹은 약물 알레르기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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