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나무ㆍ오리나무ㆍ삼나무ㆍ자작나무 꽃가루가 주범
꽃가루가 흩날리면서 알레르기 질환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봄철 꽃가루로 인해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주범은 바람이 번식의 매개가 되는 풍매화다. 자작나무와 오리나무, 참나무, 소나무 등이 꽃가루병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풍매화 나무다.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는 알레르기를 잘 유발하는 봄철 꽃가루로 삼나무ㆍ오리나무ㆍ일본 삼나무ㆍ자작나무ㆍ개암나무ㆍ떡갈나무 등을 꼽았다.
반면 잡초류(환삼덩굴ㆍ두드러기쑥ㆍ돼지풀 등)는 8월 말부터 10월 초 가을철에 많이 날린다. 증상은 주로 비염이나 결막염으로 나타난다. 천식 발생에도 영향을 끼쳐 이맘때 천식 환자가 늘어나기도 한다. 박중원 세브란스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알레르기 질환이 꽃가루가 원인일 때는 꽃가루가 날리는 봄철에 집중적으로 발생하지만 상황에 따라 1년 내내 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고 했다.
◇전 인구의 13%가 알레르기 비염 치료
알레르기 비염은 코 점막이 풍매화의 꽃가루를 비롯해 집먼지진드기 배설물, 동물 비듬, 미세먼지 같은 알레르기 유발물질(알레르겐)을 감지한 뒤 과도한 면역ㆍ염증 반응을 하면서 발생한다. 전 인구의 13%(634만여명)가 진료를 받을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환자 10명 중 3명은 12세 이하 어린이다.
코 점막이 빨갛게 부어올라 코가 막히고 맑은 콧물이 많이 만들어지며 재채기가 끊이지 않는다. 아침에 증상이 더 심하다. 코 옆쪽 눈 가려움증이나 충혈, 축농증이 동반될 때가 많다.
증상이 심한데도 치료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숙면하지 못해 만성 피로, 코골이ㆍ수면무호흡증, 학습 장애, 성장 저하, 우울증 등 정서장애가 생길 위험이 커진다. 알레르기 비염ㆍ천식 등으로 코ㆍ기관지 점막 등이 염증으로 부어 있으면 미세먼지 등을 걸러내고 녹여 몸 밖으로 배출하는 데 문제가 생긴다. 따라서 만성 호흡기 질환자나 비염ㆍ축농증 등의 코 질환자는 적극적인 치료와 증상 악화 예방책이 필요하다. 증상 완화에는 감기약 성분이기도 한 항히스타민제가 효과적이다.
알레르기 비염이나 천식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려면 염증을 잡아야 한다. 콧속에 뿌리는 스테로이드 분무제가 안전하고 효과적이다. 권혁수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알레르기 비염은 환절기 등에 몇 주 이상 지속되므로 스테로이드 분무제를 매일같이 사용하면 여러 증상을 개선하고 축농증 등을 예방할 수 있다”고 했다. 권 교수는 “꽃가루 등에 따른 계절성 알레르기 비염은 증상이 생기기 1~2주 전 치료를 시작하면 상당한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했다.
서민영 고려대 안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스테로이드제라고 하면 무조건 거부감을 갖는 사람도 있지만 먹는 게 아니라 극소량의 물질을 국소적으로 뿌리기에 부작용이 거의 없다”고 했다.
꽃가루는 또한 눈의 가려움증과 눈물, 이물감 등을 동반하는 알레르기 결막염도 일으킨다. 증상이 심하면 두통, 가벼운 발열감도 나타난다. 일부 환자는 ‘기관지 천식 발작’에 의해 호흡곤란과 기침 증상이 나타나거나 숨을 쉴 때 쌕쌕거린다.
김태기 강동경희대병원 안과 교수는 “알레르기 결막염 치료는 주로 항히스타민제, 비만세포안정제, 스테로이드 점안제등을 사용한다”며 “인공 눈물을 수시로 넣어 주면 알레르기 항원이 희석되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알레르기 결막염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되는 습관으로 하루 4~5회 인공눈물로 눈 세척하기, 눈을 절대로 비비지 않기, 가능하다면 콘택트렌즈를 끼지 말고 안경 쓰기, 외출 후 곧바로 손과 얼굴을 씻기 등이다.
◇사과ㆍ키위ㆍ복숭아ㆍ파인애플 조심해야
꽃가루 알레르기 환자는 먹는 음식도 주의해야 한다. 꽃가루와 비슷한 알레르기 성분의 음식을 먹을 때 입안이 가렵거나, 붓기도 하며, 기침과 호흡곤란 같은 호흡기 증상을 동반하기도 한다. 심하면 급성 쇼크인 ‘아나필락시스’를 일으킬 수 있다.
예영민 아주대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특히 자작나무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사과, 복숭아, 자두, 체리 등을 먹을 때 구강 알레르기 증후군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전유훈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와 순천향대병원 공동 연구팀에 따르면 자작나무 꽃가루 알레르기와 아토피피부염이 있는 18세 이하 186명을 조사한 결과 44%가 구강 알레르기 증후군을 겪고 있었다.
구강 알레르기 증후군을 일으키는 과일은 사과ㆍ키위ㆍ복숭아ㆍ파인애플 순으로 많았다. 견과류로는 호두ㆍ캐슈넛ㆍ땅콩ㆍ아몬드ㆍ마카다미아, 채소로는 파프리카ㆍ당근ㆍ오이 등이다. 전 교수는 “자작나무와 사과의 경우 ‘BET V1’이라는 알레르겐 모양이 75% 비슷해 몸에 자작나무 항체가 있으면 사과를 먹어도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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