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 승격으로 감염병 장기화 대비 포석
인사 예산 편성에 독자 권한 갖게 돼 위상 높아져
복수차관제 시행되면 ‘복지 쏠림’ 복지부서 보건 강화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사실상 총괄하는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하기로 한 것은 감염병 사태의 장기화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이다. 독립성과 전문성을 더욱 강조하는 조직개편으로, 2004년 1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ㆍ사스) 위협에 따라 국립보건원에서 질병관리본부로 확대 개편한 이후 16년만의 일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사태를 겪은 직후인 2016년 1월 차관급으로 격상된 바 있다. 대형 감염병 사태를 겪을 때 마다 방역 총괄본부의 지위가 한 단계씩 올라가는 셈이다.
질병관리본부가 청으로 승격되면 우선 독립적인 중앙행정기관으로 기능하며 기구 내 인사와 예산 편성 등에 있어 독자적인 권한을 갖게 된다. 더불어 전문인력도 대거 보강될 전망이다. 신속한 대응은 물론, 인력과 자금 동원에 있어서도 훨씬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질병관리청 승격을 공식화하면서 “전문인력을 확충하고 지역체계도 구축해 지역의 부족한 역할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보건복지부는 정원을 100명 이상 늘리는 인력확대 방안을 추진 중이다(본보 1일자 보도). 복지부는 신종 코로나 사태 이후 소속 직원 10명 중 4명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산하 중앙사고수습본부에 투입되면서 인력 공백이 심화되는 와중에 행정안전부에 대규모 인력 증원을 요청한 상태다. 복지부에 인력이 충원되면, 청으로 규모가 커지는 질병관리본부로 순차적으로 인력 보강이 이뤄질 수 있게 된다.
문 대통령이 질병관리본부 청 승격에 이어 보건복지부 복수차관제 도입계획을 밝힌 점도 감염병 장기화에 대비한다는 측면에서 동일한 맥락이다. 복수차관제는 연금 등을 다루는 복지분야와 의료에 집중하는 보건분야 차관을 각각 두자는 것으로, 복지에 무게중심이 가 있는 현재 보건복지부 시스템을 중립적으로 재조정하려는 의도인 셈이다. 복지부 복수차관제 논의 또한 2015년 메르스 사태를 전후해 국회에서 관련 법안들이 거론되면서 시작된 것으로 5년여 만에 결실을 이루게 됐다. 복수차관제가 시행되면 한 명의 차관이 상이한 두 개의 ‘전공’인 복지와 의료를 모두 다루면서 빚어졌던 공백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의 복수차관제 도입은 나아가 보건부와 복지부로 분리하는 방향에 대한 논의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감염병 전문병원과 국립 감염병연구소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한 점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당초 정부는 메르스 사태 이후 필요성이 커진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을 만들겠다고 했으나 부지 확보 어려움 등에 발목이 잡혀 5년여 동안 진척된 바가 없었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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