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권 행사 쉬워졌지만 앞선 증언서 ‘스펙 부풀리기’ 정황 다수 나와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정경심(57) 동양대 교수가 10일 석방돼 14일부터 불구속 상태서 재판을 받는다.
정 교수 측은 “구속 상태에서 10년도 더 된 일을 변론하려니 어렵다”며 줄곧 불구속 재판 필요성을 주장해 온 터라, 석방을 계기로 전보다 쉽게 방어권을 행사할 수 것으로 보인다.
10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 임정엽)는 14일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증인으로 불러 딸 조모씨의 공익인권법센터 허위 인턴 의혹에 관해 묻는다. 이날 재판은 정 교수가 불구속 상태서 받는 첫 재판이다. 지난 재판에서 “인턴 확인서는 허위”라는 증언이 나와, 한 교수가 어떻게 증언할 지에 관심이 집중된 상황이다. 재판부는 의학전문대학원 입학사정업무 담당자 등을 부르는 것을 마지막으로, 이달 28일 입시비리 관련 증인신문을 마무리한다.
재판부는 다음달부터 한 달 간 사모펀드 및 증거인멸 교사와 관련된 증인신문을 진행한다. 재판부는 첫 증인으로 일가의 가족펀드를 운용한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37)씨를 부를 예정이다. 사모펀드 의혹의 핵심 증인이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조씨가 정 교수와 얽혀 있는 혐의는 크게 3가지다. 조씨는 △최소 투자 수익금을 보장해 주기 위해 허위 컨설팅 계약을 맺고 1억 5,000여만원을 정 교수에게 지급하고 △조 전 장관 가족 펀드의 출자 변경사항을 금융위원회에 거짓 보고했으며 △조 전 장관의 지명 즈음 정 교수의 투자 관련 자료를 인멸하는데 가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조씨는 자신의 재판에서 증거 인멸에 일부 가담한 사실은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어 조 전 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신상팀장을 맡았던 김미경(45)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도 증인으로 불러 정 교수의 증거인멸 교사ㆍ위조 의혹을 심리한다.
법조계에선 재판부가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정 교수가 방어권 행사 면에선 유리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 교수 측은 앞서 진행된 보석심문과 구속심문에서 “15년전 일을 회상하기엔 인간의 기억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검찰이 내 놓은 방대한 자료를 검토하며 왜곡 해석한 부분이 없는지 살피고, 누락한 증거까지 찾아내려면 정 교수를 석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앞선 재판에서 입시비리 정황을 뒷받침하는 증언이 일부 나온 만큼 석방이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재판부가 정 교수를 석방하며 ‘증거 조사가 끝난 부분에서 증거인멸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는 것은 그 부분에서 어느 정도 심증 형성을 했다는 의미”라며 이미 진행된 부분은 되돌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 동안 증인신문에서는 “정 교수가 허위 인턴 확인서에 관여했고 딸의 ‘스펙 부풀리기’를 했다”는 취지의 증언이 다수 나왔다.
지난해 10월 24일 구속된 정 교수는 구속 199일만인 10일 오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됐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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