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억지” 우익 논리에 힘실릴 듯… 강제동원 등 한일교섭 악영향 우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ㆍ현 정의기억연대) 대표였던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당선자를 둘러싼 논란으로 일본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윤 당선자, 위안부 피해자, 박근혜 정부 외교부 당국자 간 삼각 갈등 양상인 이번 논란이 과거사 문제의 외교적 해결에 회의적 태도를 보여온 일본 우익 입장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12일 “최근 불거진 논란을 두고 일본은 ‘외교적 호재’로 보고 있을 것”이라며 “결국 과거사 문제는 정리가 안 된다는 일본 측 인식이 강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일본 우익은 고노담화(1993년)와 무라야마담화(1995년) 등을 통해 과거사 문제 책임 인정을 다했는데도 한국이 억지를 부리며 계속 사과를 요구한다는 논리를 펴왔다. 아베 신조(安倍晉三) 총리 집권 후 일본 주류사회에서도 이런 경향이 강해졌다. 이번 논란이 이런 주장에 불을 붙일 것이란 얘기다.
주일대사를 지낸 전직 고위 외교관도 “미국 하원의 위안부 결의 등 국제사회의 지지 여론을 이끌 수 있었던 것은 도덕적 우위 때문인데 이번 논란으로 이 우위가 다소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당장 일본 언론도 가세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전 위안부, 활동가 의원 비판’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 이후 한국사회에서 윤 당선자에 대한 비판이 불거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NHK도 11일 “한국에서 위안부 할머니가 (위안부) 지원 활동을 비판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한국 언론은 정의연 (후원금) 운영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을 지적하는 등 크게 보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양측의 엇갈린 주장 등 한국 매체 보도를 있는 그대로 전하는 수준이긴 하다. 다만 이번 논란이 일본 내에서 역사 왜곡이나 혐한(嫌韓) 재료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상존한다.
대표적인 혐한 인사인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 전 주한 일본대사는 이날 온라인매체 JB프레스에 ‘전 위안부의 고발이 벗겨낸 위안부단체 전 대표의 정체’라는 글을 기고했다. 그는 정의연에 대해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면 존립 기반이 사라진다”면서 “반일운동을 진행하고 위안부 문제를 이용해 북한과의 연계함으로써 일한대립이 심화하기를 바라는 단체”라는 억지를 부렸다.
이번 논란이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나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많다. 양 교수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를 둔 한일 간 교섭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본 기업이 배상금을 낸다고 해서 강제동원 문제가 해결되겠느냐는 일본 정부 논리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뜻이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