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도이(ADOY)’는 지난해 각종 음악 축제에 이름을 올리며 국내는 물론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활약한 4인조 인디 밴드다. 김덕근 감독은 단편영화 ‘나의 새라씨’로 지난해 ‘미쟝센 단편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비롯해 국내외 15개 영화제에서 초청받거나 수상했다. 아도이와 김 감독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둘 다 CJ문화재단이 지원한 젊은 아티스트라는 점이다. 아도이 리더 오주환씨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CJ문화재단의 지원이 없었다면 단독 콘서트나 해외 공연도 어려웠을 것”이라고 밝혔다.
CJ가 CJ ENM, CJ CGV 등을 통해 다양한 문화사업을 한다는 건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공익 법인인 CJ문화재단이 대중문화 창작자들을 10년 이상 꾸준히 돕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2006년 설립된 CJ문화재단은 “문화산업이 발전하려면 창의적인 인재들이 많아야 한다”는 이재현 CJ 회장의 철학에 따라 젊은 창작자들을 대상으로 지원사업을 펴왔다. 그룹이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통해 사회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겠다는 취지다.
아도이 같은 인디 음악가를 지원하는 프로그램 ‘튠업’은 CJ문화재단의 주요 사업이다. 튠업 20기로 선정된 ‘데이먼스 이어’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활동이 위축된 인디 음악가들을 위해 CJ문화재단이 마련한 실시간 스트리밍 콘서트 ‘튠업 라이브 스테이지’에 참가해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데이먼스 이어처럼 소속사 없이 활동하는 뮤지션들에게 튠업 프로그램은 쉽게 참여하기 힘든 큰 무대와 축제에 설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나의 새라씨 같은 단편영화 제작과 시나리오 작가를 지원하는 ‘스토리업’, 뮤지컬 신인 창작자의 시장 진출을 돕는 ‘스테이지업’도 튠업과 함께 CJ문화재단을 대표하는 사업으로 꼽힌다.
이들 사업은 올해도 2월 말 지원 대상 창작자 공모를 진행했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보다 응모자가 크게 늘었다고 CJ 측은 전했다. 튠업 공모에는 583팀이 지원해 작년의 역대 최다(501팀) 기록을 갱신했고, 스테이지업 응모는 114팀으로 지난해(64팀)의 약 2배가 뛰었다.
본격적으로 대중문화 신인 창작자 지원을 시작한 지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CJ문화재단은 더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튠업은 지금까지의 음원 제작, 홍보·마케팅 지원 외에도 선정된 아티스트들이 지속적으로 해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스테이지업은 작품 개발비를 지난해의 2배로 늘리고, 스토리업은 ‘포스트 봉준호 감독’ 배출을 위해 단편영화 제작 지원에 집중할 방침이다.
CJ문화재단 관계자는 “문화산업 중장기 발전을 가능케 하는 건 창의성의 원천인 사람을 키우는 일”이라며 “젊은 창작자들이 작품 하나 내는 데 그치지 않고 ‘뉴 플레이어’로서 문화 생태계에 안정적으로 진입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CJ의 또 다른 사회공헌 재단인 CJ나눔재단은 미래 문화산업의 주역인 아동과 청소년들을 지원하는 ‘문화꿈지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공모로 선발된 중·고등학생 1,200여명은 약 4개월 동안 방송, 영화, 음악, 공연, 요리, 패션·뷰티의 6개 분야에서 분야별 전문가와 대학생 봉사단으로 구성된 멘토들과 함께 특강과 현장체험, 창작활동 등에 참여했다.
CJ의 문화산업 육성을 담당하는 한 축으로 CJ ENM의 ‘오펜(O’PEN)’도 빼놓을 수 없다. 국내 유일의 창작자 지원 사업인 오펜의 명칭은 작가(pen)를 꿈꾸는 이들에게 열려 있는(open) 창작 공간과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선발된 신인 작가들에게는 창작 지원금, 연출자 멘토링과 전문가 특강, 현장 취재 기회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서울 상암동에 이들을 위한 집필 공간 ‘오펜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최종 작품을 업계 관계자에게 선보일 수 있는 행사를 매년 개최한다. 이렇게 완성된 창작물에 대한 모든 저작권은 CJ가 아닌 창작자에게 귀속된다.
드라마 ‘블랙독’의 박주연 작가, ‘왕이 된 남자’ 신하은 작가, ‘회사 가기 싫어’ 강원영 작가, ‘좋아하면 울리는’ 이아연 작가 등이 오펜 소속이다. 지금까지 4기가 선발된 오펜 작가들은 케이블TV와 지상파 3사,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 등을 통해 데뷔하며 업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CJ 측은 소개했다.
오펜은 또 콘텐츠 장르 다양화와 신인 등용문 확대를 목적으로 매년 tvN 채널의 ‘드라마 스테이지’를 통해 신인 작가의 단막극을 방영하고 있다. 또 올해 창작자 모집 부문에 시트콤 장르를 신설했다. 시장성과 수익성 부족을 이유로 브라운관에서 사라졌던 장르를 부활시켜 콘텐츠 저변을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신진 연출가나 신인 배우에게도 데뷔 길을 열어줄 수 있어 ‘기회의 선순환’을 구축하게 된다는 의미도 크다고 CJ 측은 설명했다.
2017년 드라마와 영화 작가 양성 사업으로 시작한 오펜은 이듬해 신인 작곡가를 발굴하는 ‘오펜 뮤직’으로 범위를 넓혔다. 올 1월 2기를 선발한 오펜 뮤직은 공모를 통해 ‘곡’을 찾는 게 아니라 잠재력 있는 ‘작곡가’를 발굴한다는 게 특징이다. 선정된 신인들은 유명 작곡가나 프로듀서의 도움을 받아 자신만의 색깔을 찾고, CJ ENM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창작곡을 출품할 수 있다.
남궁종 CJ ENM CSV경영팀장은 “영화 ‘기생충’처럼 세계에서 사랑 받는 한류 콘텐츠를 발굴, 제작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게 창작자”라며 “신인 창작자의 발굴과 육성을 위해 급변하는 콘텐츠 시장 환경에 맞춰 지속적인 투자와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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