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가 문재인 정부의 초대 법무부장관 후보로 지명되자 안 교수의 아들이 고등학교 시절 성폭행을 저질렀다고 의혹을 제기한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3,500만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됐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4일 안 교수의 아들 안모씨가 주광덕 의원 등 옛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승소를 판결했다.
안 교수는 2017년 6월 문재인 정부의 첫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주 의원 등은 기자회견을 통해 “안 후보자의 아들이 고교 재학 중 성폭력 사건으로 징계를 받았다”는 취지 의혹을 제기했다. 또 이 같은 내용이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되지 않아 서울대에 부정 입학했다며 감사원에 서울대학교와 서울시교육청 감사를 촉구했다.
안 교수 측은 “아들이 같은 학교 여학생과 기숙사 같은 방에 있었다는 이유로 퇴학 징계처분을 받았다가 나중에 징계수위가 낮아졌던 것”이라며 허위 주장이라고 맞섰다. 안 교수의 아들은 “허위 사실에 기반해 ‘남녀 교제’를 ‘남학생의 성폭력’으로 만들어 내 명예를 훼손했다”며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1, 2심은 주 의원 등의 주장이 허위라고 판단, 안씨의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는 “피고들이 당시 학교의 회의록만 확인해보았더라면, 원고가 성폭력을 행사한 사실은 없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의혹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충분한 조사를 다했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하급심의 판단이 옳다고 봤다. 특히 “국회의원 면책특권이 적용된다”는 주 의원 측 주장에 대해 “면책특권의 대상은 ‘직무수행에 필수적인 국회 내에서의 직무상 발언과 표결’ 등으로 한정된다”며 배척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피고들의 이 사건 기자회견 및 성명서 발표 행위는 국회의원 고유의 직무인 국정감사 및 조사와 관련된 것이 아니고, 이에 부수하여 이뤄진 것이라고도 볼 수 없다”며 “이 사건 기자회견은 허위 사실을 직간접적으로 적시해 원고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의 객관적인 평가가 저하시킨 불법행위”라고 강조했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