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즐겨 먹는 치킨은 사실 알고 보면 ‘자본주의의 총체’다. 미국 가금류 산업을 예로 들면, 닭고기는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유전자 조합으로 가슴 근육이 부풀려지고, 육계농장과 사료용 토지에는 공공자금이 투입되며, 에너지는 싸게 공급된다. 계육 공장은 저임금 노동력으로 굴러가는데, 노동자들이 일하다 얻은 질병은 가족의 돌봄에 의존한다. 그 덕분에 닭고기는 다시 저렴한 값에 노동자들에게 공급된다. 그리고 이러한 시스템은 여성과 이민자, 유색인 등을 향한 혐오와 배격을 통해 고착화된다.
저렴한 것들의 세계사
라즈 파텔, 제이슨 무어 지음ㆍ백우진, 이경숙 옮김
복돋움 발행ㆍ348쪽ㆍ1만8,000원
‘저렴한 것들의 세계사’는 자본주의가 이처럼 자연과 돈, 에너지, 노동, 돌봄, 식량, 생명 등 7가지 자원을 저렴하게 유지해 지속적으로 거래 가능하게 만듦으로써 작동해 왔다고 주장한다. 저렴하다는 것은 “되도록이면 적은 보상을 주고 동원하는 폭력”이다. 이런 방식으로 자본주의가 감춰 온 비용은 극단적인 불평등, 기후변화, 금융불안 같은 전 인류적 위기를 초래했다.
인류가 지구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지난 2000년을 지질학적 용어로 인류세(Anthropocene)라 부르는데, 저자들은 그중 600년을 ‘자본세(Capitalocene)’라 명명하며 그 역사를 파고든다. 저렴한 세계는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는 게 저자들의 진단이다. 제대로 된 문제 인식과 보상, 재분배, 재상상, 재창조를 통해 세계를 재구성해야 한다는 얘기다. “우리의 주장이 혁명적으로 들린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다.” 책의 마지막 문장은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강력한 경고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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