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을 ‘리얼돌’ 논란에 휩싸이게 한 마네킹 제작 업체가 돌연 홈페이지를 폐쇄했다. 업체와 구단 해명에 대한 축구팬들의 반발이 이어지는 데다, 관련 논란이 외신에 보도되는 등 파장이 커진 데 따른 조치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18일 본보 확인 결과 전날 FC서울 홈 구장에 마네킹을 설치한 A업체 홈페이지는 이날 오전부터 폐쇄된 상태였다. 논란이 시작된 전날까지 이 업체는 자사 소개와 성인용품 위주의 제품들을 버젓이 소개하고 있었다.
‘리얼돌 논란’은 전날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1부리그) 서울과 광주전에 앞서 서울 구단이 관중석에 설치한 마네킹 모습이 온라인상에 퍼지면서 시작됐다. 마네킹 제작을 전문으로 하는 A업체의 대표가 축구 열성 팬이라 ‘재능기부’식으로 마네킹을 기부하기로 하면서 진행된 일종의 무관중 경기용 이벤트였다는 게 구단 설명이었다. 하지만 경기 직후 한 축구 커뮤니티에서 해당 마네킹이 사람의 신체를 본 따 만든 성인용품(리얼돌)이란 의혹이 불거졌다.
실제로 서울 측이 설치한 한 마네킹은 ‘FC서울 아드리아노 화이팅 B업체 by. OO’라는 피켓을 들고 있는데, ‘OO’라는 리얼돌은 현재 인터넷 사이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제품 이름으로 확인됐다.
서울 측은 광주와 경기가 끝난 직후 A업체가 성인용품과 무관한 ‘프리미엄 마네킹’ 제작업체라고 해명했지만, 이마저도 구단이 업체에 대한 파악이 명확히 이뤄지지 않았단 지적이 나온다. 서울은 A업체가 경기장에 설치할 마네킹 개수가 부족해 B업체에 납품했다가 돌려받은 마네킹을 배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라고 설명했지만, 구단 해명과 달리 A업체는 자사 홈페이지에 ‘리얼돌을 비롯한 성인용품을 개발 및 제조하는 회사’로 소개했다.
해당 홈페이지에는 “90% 이상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대한민국 성인용품 시장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을 만들기 위해 설립됐다”고 자세한 설명이 덧붙어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외신에서도 보도되면서 파장이 커졌다. 영국 일간지 ‘더 선’과 포르투갈 매체 등에서도 “성인용 인형이 관중석을 채웠다”고 보도했다.
논란이 커진 18일 A업체의 홈페이지가 돌연 폐쇄되면서, “A업체가 성인용품과는 연관이 없는 제품이라고 처음부터 확인했다”는 구단의 해명도 궁색해진 모습이다.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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