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강조 코로나 이후 산업전략
한국기업 유턴ㆍ첨단산업 유치에 방점
기업환경 혁신 없인 또 구두선 그칠 것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3주년 연설에서 해외 한국기업의 유턴(U-Turn)과 첨단산업 유치 등을 겨냥한 과감한 전략을 예고했다. 일각에선 제조업 ‘리쇼어링(reshoring)’ 의지로 풀이했다. 리쇼어링은 ‘해외로 나간 자국 기업들을 각종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자국으로 다시 불러들이는 정책’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리쇼어링은 외국 첨단산업을 국내로 유치하는 것까지 포괄하기 때문에 실제론 국내 제조업 부흥을 위한 전반적 이니셔티브가 될 것 같다.
리쇼어링은 일찍이 자국 제조업이 대거 해외로 유출되는 ‘오프쇼어링(offshoring)’을 겪은 선진국에서 비롯됐다. 1990년대 ‘세계화’는 생산성 극대화를 위한 투자와 무역의 완전 자유화를 지향했다. 컴퓨터 한 대를 만들어도 고난도 소프트웨어는 선진국에서, 반도체나 회로기판은 신흥국이, 외장 같은 저급 부품들은 임금이 가장 싼 저개발국에서 각각 나눠 만드는 생산의 분업화와 기술과 부품의 글로벌 공급망이 형성됐다. 하지만 그런 국제분업은 기업엔 좋지만, 선진국 경제엔 제조업 일자리가 외국으로 이탈하고 소득 양극화가 극단화하는 부작용을 일으켰다.
문제 해결을 위한 선진국들의 제조업 리쇼어링은 기업들이 생산공장 해외 이전으로 누렸던 경제적 이점을 국내에서도 비슷하게 누릴 수 있도록 하는데 맞춰졌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오바마 정부에 이어 독일, 일본 등은 법인세 인하, 고임금 부담을 덜어줄 정부의 실질 지원금 제도, 기업 유턴 비용 지원책 등을 가동했다. 여기에 ‘셰일가스 혁명’에 따른 에너지 비용의 감소나 생산 공정 첨단화 같은 혁신이 리쇼어링의 또 다른 동력으로 작용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좀 더 공격적으로 나갔다. 자국 기업 유턴뿐 아니라, 미국에 상품을 수출하는 외국 기업의 생산공장까지 미국 영토 내에 끌어들이는 정책이었다. 자유무역질서를 근본부터 뒤흔드는 차별적 규제와 압력이 가동됐다. 삼성 반도체부터 현대차에 이르기까지 우리 주력 제조업 생산기지의 잇단 미국행은 대개 시장 접근을 무기로 한 미국의 생산 기반 이전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리쇼어링의 내용은 또 한 번 확장됐다. 코로나로 인한 부품 생산과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며 국제분업을 전제로 한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이 드러났다. 그에 따라 반도체 등 핵심 부품의 공급 차질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자족적인 역내 생산시설 확보 차원의 리쇼어링 필요성이 대두됐다.
문 대통령이 앞서 얘기한 리쇼어링의 다양한 차원 중 어떤 방향을 염두에 둔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다만 우리는 미국이나 중국처럼 자국 거대시장 접근성을 지렛대 삼아 외국 기업을 유치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게다가 ‘셰일혁명’도 없고, 첨단 제조 공정이나 국제 물류의 편의성도 특장으로 내세울 정도가 아니다. 코로나 방역에서 국제적 신인도가 제고됐다지만, 그걸 제조업 유치의 지렛대로 보는 건 무리다.
해외 우리 기업의 유턴도 마찬가지다. 시장 접근을 겨냥한 주력 제조업의 해외 생산기지는 국내 유턴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렇다면 생산비 절감을 위해 해외로 떠난 중견ㆍ중소 제조업들이 리쇼어링의 1차 대상이 돼야 하지만, 최저임금 과속 인상과 주 52시간 등 경영 부담이 이전보다 훨씬 커진 상황이라 어떤 유인책을 가동할지부터 고민이다.
무엇보다 제조업 리쇼어링을 막는 가장 큰 걸림돌은 현 정부 들어 더욱 강고해지는 듯한 반(反)기업 정서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더욱 강력해지는 노조, 법인세 인상 압력, 완고한 기업 상속ㆍ증여세제, 경직적인 노동시장 등 기업이 꺼릴 수밖에 없는 제도와 관행이 바뀌기 어렵다. 심지어 정부의 ‘수도권 공장총량제 완화’ 시도조차도 범여권의 정치적 반발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제조업 리쇼어링이 절실하다는 문 대통령의 인식은 적절하다. 다만 묻고 싶은 건 대통령 본인부터 리쇼어링의 걸림돌을 제거하고 세계의 제조업이 우리나라로 향할 기본 여건을 만들어 나갈 의지와 각오가 섰느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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