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년배의 여러 인기 아이돌 그룹 가수들이 지난달 25일 이태원의 음식점 등을 함께 방문했다가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연예인들에게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민다는 시각도 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에 정부가 권고한 지침을 지키지 않고 번화가에서 자리를 옮겨 가며 오랜 시간 함께 있었던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이들이 이태원에 갔던 사실을 숨기려 하거나 침묵으로 일관한 소속사들의 대처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18일 인터넷 매체 디스패치에 따르면 방탄소년단 정국, 아스트로 차은우, NCT 재현, 세븐틴 민규 등 4명의 가수는 지난달 25일 저녁부터 26일 새벽 사이 이태원의 음식점과 주점을 함께 방문했다. 이들은 1997년생 아이돌 그룹 멤버의 모임인 ‘97모임’의 일원들로 알려졌다.
보도가 나오자 네 사람의 소속사는 일제히 입장을 내 이태원 방문 사실을 시인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했다. 다만 소속사들은 이들이 집단감염이 발생한 클럽 등을 방문한 것은 아니며 코로나19 검사에서도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이태원을 방문한 지난달 25, 26일은 용인 66번 확진자가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이달 1, 2일보다 일주일가량 앞선다. 그러나 정부가 코로나 진단검사를 권고한 시기인 4월 24일∼5월 6일에 포함돼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았다.
방탄소년단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이날 보도 이후 “정국은 4월 25일 저녁 지인들과 함께 이태원 소재 음식점 및 주점을 방문했다”며 “방문 이후 기침, 발열 등 코로나19 증상은 없었으며, 자발적으로 선별 진료소에서 검사를 받았고 음성으로 판정됐다”고 밝혔다.
빅히트는 “(정국) 본인도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전 사회적 노력에 충실히 동참하지 않은 점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다시는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 철저히 (코로나19 관련 지침 및 예방 수칙을) 준수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팬 여러분을 비롯한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정국이 이태원에 방문했다는 목격담이 지난주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확산했지만 당시 빅히트 측은 “아티스트의 사생활 관련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빅히트는 이에 대해서도 “사회적 거리두기의 엄중함을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아티스트의 사생활 보호를 더 앞세웠다”고 사과했다.
아스트로 소속사 판타지오도 같은 날 차은우의 이태원 방문을 인정하며 “모든 국민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있는 현시점에 이태원 인근에 방문한 것은 경솔한 행동”이라며 “아티스트 본인도 사회적 거리두기에 충실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부분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사과했다.
NCT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도 재현이 이태원 클럽에서 시작된 코로나19가 확산하자 자진해 진단 검사를 받았고,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전했다. SM은 “재현은 모두가 일상적인 만남을 자제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 하는 기간에 조심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소속사로서도 지도ㆍ관리에 부족했다고 사과했다.
세븐틴 소속사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역시 “민규는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중 사회적 규범을 지키지 못한 점에 대해 본인의 잘못된 행동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앞으로 더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소속사들의 사과가 이어졌지만 이들에 대한 비난은 그칠 줄 모르고 이어졌다.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에 정부 지침을 어기고 만남을 가진 건 공인으로서 옳지 않은 행동이었다는 것이다. 네티즌 A씨는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많은 사람들이 가고 싶은 곳을 가지 못하고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지 못했는데 자제하지 않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이태원 식당에서 모임을 가졌다는 건 잘못된 행동이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지역 감염이 한자릿수에 머물던 시기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식당과 주점 등에서 만남을 가졌던 것에 비춰 연예인들에게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네티즌 B씨는 “코로나19 지역 감염이 크게 줄어들던 4월 말에는 식당과 주점에 평소처럼 사람이 많이 모였던 걸 직접 봤는데 그렇다면 그 모든 사람들이 비난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해당 가수들의 이태원 방문 의혹이 제기됐을 당시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숨기려 했던 소속사들의 대처에 대해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네티즌 C씨는 “인터넷에 의혹이 돌던 때부터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면 비난이 적었을 텐데 사생활 보호 운운하며 가수만 지키려 하거나 침묵으로 일관해 더 큰 비난을 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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