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암 자선단체 2008년부터 2000억여원 모금해 사적 유용
영국 단체 옥스팜 ‘아이티 지진’때 구호 대가로 성매매 요구
정부기관이 자선단체 감독… 국내도 ‘한국가이드스타’ 활동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국회의원 당선인이 이끌어 온 시민단체 ‘정의기억연대’가 과거 사업 운영과 관련한 잡음에 휩싸이면서, 비영리단체에 대한 회계 감시가 더 강화돼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한국에 비해 일찌감치 기부 문화가 보편화된 미국이나 영국 등 선진국에서도 비영리단체의 부적절 운영 사례는 드물지 않게 발생한다. 이들 나라는 그에 따른 대응 시스템도 나름 갖춰서 운영하고 있다. 영국에는 아예 자선단체를 감독하는 정부기관이 존재하고, 미국에는 자선 시민단체를 감시하고 평가하는 또다른 시민단체가 활동하고 있다.
◇시민단체 족벌 경영, 활동가 성범죄까지
19일 외신 등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비영리단체 활동에 가장 큰 충격을 던진 사건은 2018년 발생한 ‘옥스팜 스캔들’이다. 영국 기반의 국제구호단체인 옥스팜은 중앙아메리카 국가 아이티에서 발생한 지진 피해자 구호 활동을 벌였는데, 당시 활동가들이 구호를 대가로 성매매를 요구하거나 심지어 학대를 일삼았다는 내용이 공개됐다.
이 사건으로 영국과 스웨덴 정부가 자금 지원을 중단했고 그 해 7,000여명의 정기 기부자가 후원을 끊었다. 그 해 홍보 전문기업 에델만이 발표한 신뢰도 지표조사 결과, 영국에서 ‘비정부기구(NGO)를 불신한다’는 응답이 50%를 웃돌았고 국제 구호단체에 대한 기부금도 덩달아 줄었다.
미국에서도 자선단체를 표방하면서 대규모 자금을 횡령하거나 전용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2015년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하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와 50개 주 정부 법무장관은 ‘미국암기금’‘암지원서비스’‘미국아동암기금’‘유방암협회’ 등 4개 지원단체가 2008~2012년 4년간 약 1억8,700만달러(한화 2,000억원 이상)를 모금해 사적으로 사용했다며 사기 혐의로 고발했다.
FTC와 50개 주가 공동으로 자선금 사기 관련 소송에 나선 것은 전례 없는 일이었다. 이들의 모금액은 전체의 3%만이 실제 암 환자에게 돌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 단체는 모두 제임스 레이놀즈 시니어라는 인물과 가족, 친지 등이 문어발 식으로 개설한 족벌경영 단체였다.
자선, 봉사 목적 비영리단체는 소수의 주도적인 인물이 운영하고 불투명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종종 사기나 배임 논란에 연루된다. 2018년에는 하와이 소재 지적장애인 구호단체 아크 인 하와이(Arc in Hawaii)에서 20년 이상 회계를 맡으며 수백만달러를 횡령한 롤라 진 아모린에게 징역 25년과 벌금 700만달러의 중형이 선고되기도 했다.
빈곤국의 구순구개열(입술ㆍ입천장갈림증) 환자를 수술하는 구호단체 ‘스마일트레인’과 ‘원더워크’등을 운영한 브라이언 멀래니도 2017년 단체 파산 과정에서 실제보다 구호에 투입된 자금을 과장하면서 많은 개인 급여를 챙겼다는 지적을 받고 사임했다.
◇선진국의 투명성 보장 위한 대책들
비영리단체를 가장한 사기가 잦은 만큼 무엇보다 예산 집행 내역에 대한 꼼꼼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늘 존재한다. 이를 위해 영국은 비영리단체를 감독하는 정부 기관으로 ‘자선위원회(Charity Commission)’를 두고 있다. 자선위원회는 옥스팜 스캔들을 비롯해 다양한 시민단체의 활동을 감독하고 위법행위에 대한 추가 조치를 권고하는 역할을 맡았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비영리단체의 자유로운 설립을 허용하지만, 기부 활동이 세제혜택과 연동되는 만큼 국세청이 설립 신고를 받고 비영리단체를 관리한다. 미국아동암기금 사례처럼 거대 사건의 경우 연방거래위원회(FTC)가 개입하기도 한다.
FTC는 잠재적인 기부자들에게 채러티워치(CharityWatch)나 가이드스타(Guidestar)처럼, 비영리단체를 감시ㆍ평가하는 기관의 평가를 참고해 기부를 결정하라고 권장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한국가이드스타가 2013년부터 국세청 공시자료를 기반으로 비영리단체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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