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강백호(21ㆍKT)는 잠실 두산 전에서 9-11로 뒤지던 9회초 상대 마무리 투수를 상대로 입이 떡 벌어질 홈런을 뽑아냈다. 잠실 야구장 관중석 최상단에 떨어진 초대형 홈런으로, 조금만 더 뻗었다면 역대 5호(포스트시즌 포함) 잠실구장 장외홈런을 기록할 뻔했다. 타구 속도는 무려 179㎞가 찍혔는데, 올 시즌 홈런 타구 평균 속도가 156㎞(평균 비거리 116m)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클래스’가 다른 홈런이다.
강백호는 16일 한화전에서는 타구 속도 186㎞짜리 라인 드라이브성 ‘빨랫줄 홈런’을 때려냈고, 17일에는 올 시즌 처음 팀의 4번 타자로 나서 2점 홈런 등 3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팀의 3연승을 이끌었다. 이강철 KT 감독은 “100타점 이상 생산해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프로 3년 차를 맞는 강백호가 매 시즌 눈에 띄는 성장을 거듭하며 리그 최정상급 완성형 타자로 변모하고 있다. 데뷔 첫해 신인왕을 거머쥔 데 이어 지난해에는 정교함을 갖추더니, 올해는 거침없는 스윙으로 장타력까지 장착한 모습이다.
강백호는 2018년 타율 0.290, 장타율 0.524에서 2019년에는 타율 0.336에 장타율 0.497로 보다 정교해졌다. 올해는 19일 현재 12경기에서 타율 0.367에 홈런 5개, 장타율 0.837를 기록 중이다. 수치상으로 부쩍 힘이 붙은 모습이다. 강백호는 19일 본보와 인터뷰에서 “몸의 밸런스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비시즌 동안 웨이트 트레이닝이 필요했다”라며 “(연고지인) 수원과 서울을 오가면서 중량 훈련에 집중했는데 이런 기본에 충실한 결과 올 시즌 타구에 힘이 많이 실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외야로 보내는 타구(61%)가 부쩍 늘어났고, 안타(18개) 가운데 장타 비율이 66.7%에 이른다. 규정 타석을 채운 타자 중 리그 1위다.
‘최근 스윙이 예전보다 커졌다’는 시선에 대해서도 “스윙 자세를 바꾼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다만 “타격 코치님과 많은 대화를 통해 폴로 스루를 더 크게 하려고 노력 중인데, 이 모습이 마치 타격 자세를 바꾼 것처럼 보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꾸준함도 돋보인다. 개막 이후 12경기를 치르는 동안 전 경기 안타 행진 중이다. 좌투수(0.333), 우투수(0.393)를 가리지 않는다. 주자가 있을 때 타율도 0.316으로 좋고 볼넷/삼진 비율도 매년 좋아지고 있다.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ESPN은 이런 강백호에 대해 “KBO리그 평균 나이보다 10살이나 어리지만 투수를 압도하는 힘을 보여주고 있다”라며 “MLB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한다면 1라운드에 뽑힐 수준의 유망주”라고 높게 평가했다. 강백호는 “감사한 평가다. 하지만 나는 아직 배울 것이 더 많은 선수다”라고 몸을 낮췄다.
물론 1루 수비가 아직 불안한 점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지난해 외야수로 뛰었던 강백호를 올 시즌 1루수로 출전 중이다. 하지만 지난 10일 잠실 두산전에서 땅볼을 잡은 뒤 2루 주자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어이없는 ‘홈런 송구’를 하는 등 다소 우왕좌왕하는 수비 장면이 나왔다. 강백호는 “수비 부담은 없다. 다만 1루수는 처음 해보는 포지션이다 보니 아직 많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면서 “경기를 거듭하며 다양한 타구와 상황을 접하다 보면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이주현 인턴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