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확한 산정으로 비판과 불신의 대상이 된 부동산 가격 공시 문제가 감사원 감사에서 재확인됐다. 20일 감사원은 지난해 전국 390만여 가구의 단독주택 가격과 해당 주택 토지의 개별 공시지가를 비교 확인한 결과 고저, 형상, 도로 접면 등 3개 토지 특성 중 하나 이상 불일치한 경우가 144만여건(37%)에 달했다고 밝혔다. 또 토지와 주택 가격을 합한 금액보다 토지가격이 더 높게 나온 어처구니없는 가격 산정 사례도 22만8,475가구(5.9%)에서 파악됐다. 공시 대상 토지의 공시지가를 아예 산정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황당한 오류는 애초 국토교통부가 표준 부동산 표본 수와 분포를 산정하면서 가격의 결정적 요소인 ‘용도지역’을 반영하지 않고 단순히 행정구역만 따졌기 때문인 것으로 지적됐다. 또 토지ㆍ주택 합산 가격보다 토지가격이 높게 산정된 ‘가격 역전’은 지자체 내 토지와 주택 공시가격을 산정하는 부서가 달라 동일 토지에도 용도 등 토지 특성을 제각각 평가ㆍ적용해서 빚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감사엔 국민 70% 이상이 거주하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제외됐다. 하지만 전국 1,383만 공동주택 공시가격에도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파다했다. 일례로 이번 공익감사를 신청한 경제정의실천연합은 지난해 6월 자체 현장조사를 통해 서울 아파트 공시지가의 시세 반영률이 정부 발표 64.8%보다 절반 가까이 낮은 33.7%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또 서울 소재 시가 1,000억원 이상 빌딩의 공시지가 시세반영률도 정부 발표(66.5%)보다 크게 낮은 44% 수준이라는 주장도 냈다.
부동산 공시가격은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등 세금 부과의 기준이다. 아울러 시세 반영률 등 구체적 산정방식은 부동산정책의 문제이기도 하다. 따라서 엉터리 행정이 공무원의 부정이나 실수가 아닌 제도 운용상의 미비에서 비롯됐다면 대수술이 필요하다. 국토부는 지난해 12월 자체적으로 마련한 ‘부동산 공시가격 신뢰성 제고 방안’ 등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감사원 지적과 경실련 등의 요구를 수용해 우선 공시가 산정 시스템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개선점에 대해 진지한 공론화 과정을 강구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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