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재판부가 무죄 선고를 내린 고유정(37)의 의붓아들 살해 혐의에 대해 인위적인 힘에 의해 숨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법의학자의 증언이 나왔다.
광주고등법원 제주 제1형사부(부장 왕정옥)는 20일 오후 제주지법 201호 법정에서 전 남편 강모(당시 36)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버린 혐의(살인ㆍ사체손괴ㆍ은닉)와 의붓아들 살해 혐의(살인)로 구속기속된 고씨에 대한 항소심 2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서 숨진 홍모(사망 당시 4년 4개월)군의 시신 부검 결과를 감정한 법의학자 A씨는 가슴 압착으로 숨진 일반적인 시신에서 나타나는 울혈(장기나 조직에 혈액이 고여 검붉게 변하는 현상)이 피해자의 얼굴에는 없었다는 점을 지목했다.
A씨는 “압사로 숨지게 되면 울혈이 나타나게 돼 있다. 하지만 울혈이 없을 수도 있다”며 “울혈이 없는 이유는 숨을 쉬지 못한 피해자의 몸이 늘어진 상태에서 압박상태를 해제하면 울혈이 없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번 사건은 눌렀다가 놓은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며 “(피해자가) 살아있을 때 압박이 멈추면서 울혈이 빠졌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우연히 몸이나 다른 어떤 물체에 의해 눌렸다면 숨이 멈췄을 때를 기다려 압박이 멈춰질 가능성은 매우 낮기 때문에 인위적인 힘이 강하게 가해지다 피해자가 살아있을 때 멈췄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이날 법정에서 가슴 압박으로 숨져 얼굴이 검붉게 변한 다른 시신 얼굴 사진과 숨진 홍군의 얼굴 사진을 비교해보면 그 차이가 뚜렷했다.
이에 대해 고유정측 변호인은 자고 있는 아버지 몸에 눌려 사망했을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A씨는 “전혀 없다고 말할 수 없지만,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라고 답변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전 남편 살해 혐의로 고씨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했지만, 의붓아들 살해 혐의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고 검찰이 제시한 간접증거만으로는 범죄를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고씨는 지난해 5월 25일 오후 8시10분부터 9시50분 사이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 강모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버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고씨는 또 지난해 11월 7일 전 남편 살해에 이어 의붓아들 살해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검찰은 고씨가 지난해 3월 2일 오전 4~6시쯤 충북 청주시 자택에서 잠을 자던 의붓아들의 등 뒤로 올라타 뒤통수 부위를 10분 가량 강하게 눌러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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