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초 동창 연결해 주던 커뮤니티 창업
주식 처분한 ‘금양’과의 대여금 소송 최종승소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 학교 동창을 찾아 연결해 주는 사이트로 유명세를 탔던 인터넷 커뮤니티 ‘아이러브스쿨’ 창업주가 19년 만에 300억원대에 이르는 회사 주식 처분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김영삼 아이러브스쿨 전 대표가 주식회사 금양을 상대로 제기한 대여금 소송에서 “금양이 김 전 대표에게 93억여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한 원심을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했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대법원이 본안에 관한 심리를 열지 않고 상고를 기각하는 것이다. 이로써 두 차례 파기환송을 거치는 동안 8년에 걸쳐 일곱 차례 진행된 재판이 마무리됐다.
사건은 아이러브스쿨이 한참 인기를 누리던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발포제 생산 전문업체인 금양은 당시 정보통신(IT)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기로 하고 아이러브스쿨 주식을 취득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당시 노조의 반발 등을 우려해 일부만 회사 명의로 인수하고, 나머지 주식은 금양 대표이사인 A씨 명의로 사들였다.
금양 측은 김 전 대표가 아이러브스쿨 대표이사직을 사임할 때 그가 보유하던 아이러브스쿨 주식 8만6,407주(약 73억6,500여만원)를 A씨 명의로 사들였다. 주식매매대금은 한 달 뒤 주고받기로 했다. 하지만 A씨가 약속을 지키지 않자 김 전 대표는 매매대금을 A씨에게 대여한 것으로 처리하고 1년의 말미를 주면서 “또 한번 변제기일을 지키지 않으면 위약금 20억원 등을 추가로 지급한다”는 내용의 준소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A씨는 결국 주식매매대금을 지급하지 못했고, 김 전 대표는 2008년 12월 A씨를 상대로 이 사건 계약에 따른 대여금 및 위약금 등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해 승소 판결을 받았다. 판결은 2009년 확정됐다. 문제는 A씨에게 당시 기준으로 73억원에 달하는 주식매매대금을 갚을 능력이 없었다는 점이다. 이에 2012년 김 전 대표는 A씨 대신 주식을 실제로 사들이려 한 금양을 상대로 대여금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의 쟁점은 A씨에게 대여해준 돈을 금양에 청구할 수 있는지에 집중됐다. 1심은 “A씨가 금양의 대표이사로 금양을 대리하거나 대표해서 김씨와 이 사건 준소비대차계약 및 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한 것은 맞다”면서도 “계약일로부터 5년이 지나 채권의 시효가 소멸됐다”며 김 전 대표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항소심 또한 1심과 같이 판단했으나 대법원은 다르게 봤다. 대법원은 “김 전 대표가 A씨에 대해 피보전채권을 갖고 있는 한 독립해서 소멸시효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에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에 따라 “금양이 김 전 대표에게 93억6,500여만원을 주라”고 선고했다.
이후 대법원(재상고심)은 “앞서 변제기일을 지키지 않았을 때 주기로 했던 20억원에 대해서는 지연이자를 달리해야 한다”며 또 다시 사건을 돌려보냈다. 여섯번째 재판인 재파기환송심은 재상고심의 판단에 따라 93억6,500여만원 중 20억원에 대해서는 73억6,500만원(연18%)과 이자비율을 달리해 연 5%로 선고했고, 대법원(재재상고심)은 이번에 이 판결을 확정했다. 재판이 길어지는 사이 지연이자가 계속 불어나, 김 전 대표가 받을 금액은 3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연을 기초로 해 동창들의 근황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커뮤니티인 아이러브스쿨은 1999년 10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1년 만에 500만명의 회원을 모았다. 카이스트 박사 과정이던 김영삼씨가 동료들과 함께 150만원을 모아 이 사업을 시작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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