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불상 추정가격은 각각 15억
재정난을 겪고 있는 간송미술관이 국가보물로 지정된 금동불상 2점을 처음으로 경매에 내놓는다. 간송(澗松) 전형필(1906~1962)이 문화재 관리를 위해 서울 성북동에 세운 보화각(71년 간송미술관으로 개칭) 설립 후 82년 만이다.
케이옥션은 27일 열릴 예정인 5월 경매에 ‘금동여래입상(金銅如來立像ㆍ보물 제284호, 1963년 지정)’과 ‘금동보살입상(金銅菩薩立像ㆍ보물 제285호, 1963년 지정)’이 출품됐다고 밝혔다.
금동여래입상은 높이 38.2㎝의 통일신라 불상으로 당시 제작된 금동불상으로는 드물게 큰 크기다. 부분적으로 도금이 마멸되었으나 육계(머리)부터 대좌까지 완전에 가까운 잔존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살짝 미소를 띤 채 정면을 보고 온화하고 부드러운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케이옥션은 “금동여래입상은 8세기에 확립되는 통일신라 조각 양식의 전환기적 양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양식상으로 매우 중요한 미술사적 가치를 지닌 작품이다”라고 평가했다.
금동보살입상은 보살이 취한 손을 앞으로 모아 보주를 받들어 올린 모습과 양 옆으로 뻗은 지느러미 같은 옷자락의 모습이 7세기에 조성된 것으로 알려진 일본 호류가의 구세관음(救世觀音)과 유사하다. 두 점의 추정가는 각각 15억원으로 매겨졌다. 케이옥션은 “국보나 보물 등 국가지정문화재도 개인 소장품인 경우에는 소유자 변경 신고만 제대로 하면 사고팔 수 있다”라며 “2012년 퇴우이선생진적첩 이후 문화재가 경매에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라고 말했다.
간송은 일제강점기에 우리 문화재 수집을 위해 헌신한 인물로 유명하다. 일본에 유출될뻔한 서화와 도자기, 고서 등 국보급 문화재 5,000점을 전 재산을 털어 수집, 1938년 서울 성북동에 보화각을 세워 소장했다. 우리나라 최초 사립미술관이자 최고의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다.
간송이 타계하면서 ‘한국의 미’를 소중히 간직하라는 유지를 받들어 장남 전성우(1934~2018), 차남 전영우(80), 장손 전인건(49)씨 등이 간송미술관을 지켜왔다. 하지만 최근 서울 성북동 신관과 대구 분관 건축 등을 추진하면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번에 소장품을 경매에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출품작은 21일 오후부터 사전예약으로 케이옥션 전시장에서 관람할 수 있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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