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미루거나 축소
올해 1~4월 일자리 잃은 실직자 200만명 넘어
‘코로나 격차’ 보완할 방안 마련 서둘러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적으로 500만명을 감염시키고 여전히 진행 중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큰 줄기는 잡은 것 같다. 일단 고등학교 3학년부터 개학을 했고, 상당 기간 사회적 거리를 둔 덕분에 급격한 확산세는 한 풀 꺾인 상황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후유증으로 우리 사회에서는 앞으로 감당해야 할 많은 숙제가 남게 됐다.
우선 막대한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으로 국가의 재정적 부담이 커진 것도 걱정거리다. 이는 우리만이 아닌 전 세계적인 문제라 일단 급한 불부터 끈 뒤에 다시 차분히 해법을 찾아나가야 할 것이다.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긴급재난지원금으로 동네 상권이 살아나는 효과가 충분히 나타나는 것은 다행스럽다.
더욱 큰 문제는 ‘코로나 세대’의 출현 가능성에 대한 우려다. ‘외환위기 세대’처럼 취직의 길이 막힌 ‘잃어버린 세대’가 될 수 있다. 올해 졸업자들은 취업이 거의 안 되고 있다. 상당수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미루거나 축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연말까지 시간이 있고, 일부 기업이 채용을 시작하고 공무원 시험 등이 치러지고 있으나 예년에 비하면 극히 미미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게다가 경기전망이 좋지 않는데다 기업실적도 최악의 상황이라 올해 취업률은 외환위기 직후만큼이나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실직자 숫자도 급증했다. 미래통합당 추경호 의원이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1~4월 일자리를 잃은 실직자는 207만6,346명으로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많았다. 실직 뒤 다시 취업하지 못한 채 실업자 또는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 사람을 모두 집계한 수치다. 특히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를 찾지 못한 비자발적 실직자가 104만4,72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1% 늘었다. 이들은 앞으로 생계 위협에 시달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코로나 디바이드(divideㆍ격차)도 앞으로 적지 않은 난제로 등장할 공산이 크다. 그 중 하나가 이미 3월 이후 3개월 가까이 진행된 학력 격차가 거론된다. 그간 학교 교육이 불가피하게 온라인교육 등으로 파행을 거듭하면서 학력 격차가 이미 시작되었을 것이라는 점을 걱정하는 학부모들이 많다.
특히 입시를 앞둔 학생들은 코로나19 사태의 직접적인 영향권 아래에 있다. 재정적 여유가 있는 부유층은 사교육 등을 통해 학교 교육을 대체할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계층의 자녀들은 온라인 수업 외에는 사실상 교육 방치상태에 있었다.
어린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돈이 있는 부모들은 온라인 환경 속에서도 사교육 등을 통해 자녀들의 부실한 수업을 보충했지만 빈곤층, 시골 가정 등 여유가 없는 부모들은 자녀들에 대해 하루에 1~2시간 온라인 수업을 받도록 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며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면 학력 격차가 이미 벌어져 있는 것이 확인될 것이고 이를 따라잡는 시간이 많이 걸리거나,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특히 대학입시가 얼마 남지 않은 고3 학생들에게는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이후 적지 않는 기간 동안의 공백이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또 직장 내에서도 코로나 격차가 벌어진다. 대한항공의 경우 여객부문 직원들은 유급휴직, 화물부문은 정상적 출근을 하고 있다. 어느 부문에 속하는가에 따라 휴업과 출근이 결정되고 임금 격차도 적지 않다. 특히 올해 임금피크를 맞이해 퇴직금을 정산해야 하는 직원들은 퇴직금 액수가 크게 줄어들까 걱정이 태산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에 임금피크에 들어가 퇴직금을 정산한 사람들은 그나마 다행이다. 직원들은 코로나 이전을 기준으로 퇴직금을 정산해주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퇴직 직전 3개월치를 평균해서 퇴직금을 책정해온 회사의 관례에 따르면 쉽지 않은 일이다.
한국의 방역시스템이 세계 최고 수준임은 이번 기회에 충분히 입증됐다. 선진국이라는 나라들이 우리 방역시스템을 배우고 싶어하는 것도 뿌듯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해야 한다. 특히 ‘코로나 세대’의 출현을 막을 수 있도록 올해 남은 기간 동안 정부와 민간이 나서서 졸업생의 취업에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외환위기 세대’처럼 두고두고 ‘코로나 세대’가 우리 사회의 짐이 될 수 있다.
또 이미 코로나 격차로 인해 더욱 벌어지고 있는 빈부격차를 해소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위원들도 경기침체의 충격과 관련, “가장 취약하고 재정적으로 어려운 가구에 불균형적으로 부담을 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업은 경제회생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빈곤계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는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을 서둘러 가동해야 할 것이다.
조재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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