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원 ‘中 기업 상장 금지’ 통과… ‘中 옥죄기’ 연일 수위 높여
무기 대만 판매 승인에 中 반발… “미중 패권경쟁에 새우등 터질라”
미국의 대(對)중국 압박이 위험 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무역과 외교안보ㆍ군사분야 등에 이어 극단적인 ‘말폭탄’과 함께 기업활동에까지 칼을 빼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전략이란 해석이 지배적이지만, 유례없는 글로벌 보건위기에 직면한 세계 각국은 11월 미 대선이 다가올수록 미중 패권경쟁의 소용돌이에 휩쓸릴 공산이 커졌다. 지구촌 전체가 ‘트럼프 리스크’에 직면한 것이다.
미국의 대중 압박은 ‘전방위 옥죄기’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 상원은 20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 상장된 기업이 외국 정부의 통제 밖에 있음을 증명토록 하는 내용의 ‘외국기업 책임법안’을 여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법안에는 미 회계당국의 감사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증시에서 퇴출시키는 내용도 포함됐다. 중국 기업들을 겨냥했다는 게 중론이다. 여야 공동발의 법안이라 하원 통과도 유력하다. 중국 기업들의 미국 증시 상장에 대해 백악관은 물론 의회도 초당적으로 거부감을 드러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 국무부가 이날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승인한 것도 상징적이다. 중국의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 개막일에 맞춰 ‘하나의 중국’ 원칙을 노골적으로 흔들었다는 점에서다. “미 국무부 고위관리가 히말라야산맥의 중국ㆍ인도 간 국경분쟁과 관련해 인도의 저항을 격려했다”는 AFP통신의 이날 보도도 주목할 만하다. 미국이 중국 포위 구상인 인도ㆍ태평양전략을 보다 강화할 것임을 분명히 한 셈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대중 비난 수위를 한껏 끌어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양회 전날 트윗을 통해 중국 당국자를 ‘또라이’ ‘얼간이’라고 지칭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중국을 “악랄한 독재정권”이라고 비난함으로써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직접 겨냥한 듯한 뉘앙스까지 풍겼다.
이 같은 양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상황을 중국 고립의 계기로 삼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세계 각국이 고통받고 있는 코로나19 사태에서 줄곧 ‘중국 책임론’을 주장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미 국무부가 이날 자국 중심의 경제블록인 ‘경제번영네트워크(EPN)’ 추진 사실을 공개한 것은 중국 고립 전략이 외교안보ㆍ군사ㆍ경제 등에 걸쳐 전방위로 진행될 것임을 예고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압박ㆍ고립 정책 강화를 두고 5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겨냥한 정치적 노림수라는 분석이 많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2016년 대선 당시 미국 저소득층의 생활고가 값싼 중국산 제품 탓이라는 중국 때리기로 톡톡히 재미를 본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그대로 반영한 ‘새로운 형태의’ 중국 때리기로 재선 운동을 구체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전략이 미국을 넘어 지구촌 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당장 코로나19 사태만 해도 보건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국제사회의 협력을 촉구하지만 미중 갈등으로 인해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월 미중 간 1단계 무역합의는 최근 사실상 파기 수순에 접어들면서 코로나 사태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를 더 악화시킬 것이란 우려가 팽배하다.
특히 미국의 공세에 중국이 강력 반발하면서 패권경쟁 양상으로 비화할 경우 세계 각국은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실제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의 대만 무기 판매 결정을 ‘내정간섭’으로 규정하며 강력 반발했다. 중국의 글로벌 경제 기여도가 30%가 넘는 상황에서 제3국이 미국으로부터 택일을 강요받는 상황은 국가적인 위기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한국은 이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사태에서 이를 절감한 바 있다.
세계 각국에게 좀 더 전략적인 고민이 요구되는 부분도 있다. 미 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더라도 미중 양국이 갈등 우위 관계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퀴니피액대 여론조사에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지지율이 11%포인트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고, 영국 경제분석기관 ‘옥스포드 이코노믹스’가 발표한 예측에선 무려 35 대 65로 참패했다.
하지만 대중 외교노선에 있어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전 부통령 간 차이가 크지 않다는 분석이 중론이다. 지금의 미중 갈등이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을 놓고 경쟁하는 것이어서 어느 쪽도 물러서기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미국 내 반중 정서가 비등한 터라 바이든 전 부통령도 대중 강경책으로 기울 공산이 크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두 대선후보가 모두 중국에 대한 상대방의 입장을 공격포인트로 잡고 있어 누가 이기든 미중 간 긴장은 풀리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은 바이든 전 부통령 집권시 잃을 게 더 많다”고 내다봤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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