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 경주ㆍ포항 지진을 넘어서는 규모의 중대형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지각변동의 여파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며, 최근 연속적으로 발생한 전남 해남군 지진도 이와 관련이 있다는 설명이다.
22일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최근 발생한 전남 해남 지역의 지진은 동일본 대지진의 효과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라 추정한다”고 말했다. 전남지역에는 지난달 26일 이후 400여차례의 지진과 진동이 발생했다. 지난 3일 발생한 지진은 규모가 3.1에 달했으며 계기진도는 3으로 건물 위층의 사람까지 진동을 느낄 수 있는 수준이다.
홍 교수는 “이번 해남 지진은 여러모로 이례적”이라고 봤다. 한반도에서 발생하는 지진은 통상 지표면으로부터 10㎞ 지점에서 발생하는데, 이번 지진은 20㎞ 깊이에서 일어나고 있어서다. 홍 교수는 “지진은 딱딱한 암반이 축적된 에너지를 견디지 못해 부서지는 것인데, 우리나라와 같이 (지각)판 외부에 위치한 환경은 20㎞ 아래로 내려가면 땅이 젤리 같은 상태”라며 “지진이 발생하는 면적이 횡으로 400m, 아래로는 300~400m 정도에 불과한 것도 특징”이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나아가 “이번처럼 굉장히 좁은 면적에서 연속적인 지진이 일어난다는 것은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에너지 방출을 위해 일시적으로 물컹한 지각이 쪼개지는 현상”이라 추정했다. 2013년 보령 앞바다와 백령도 인근에도 이와 비슷한 연쇄 지진이 발생했는데 이 역시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였다는 설명이다. 다만 홍 교수는 “우리가 몰랐던 큰 단층의 존재로 지진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어서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홍 교수는 “앞으로 2016년 경주, 2017년 포항 지진과 비슷하거나 이를 능가하는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규모 5.8의 경주 지진은 동일본 대지진으로 양산단층이 활성화되면서 발생했다. 포항 지진(규모 5.4)의 경우 ‘정부조사연구단이 인근 지열발전소 물 주입에 따라 촉발됐다’는 결론을 내렸으나 학계에서는 동일본 대지진의 ‘나비효과’라는 의견도 여전하다. 홍 교수는 “역사 기록을 보면 우리나라에 규모 7에 가까운 지진도 발생했던 만큼 앞으로의 영향을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는 20일(현지시간) ‘대지진이 곧 한국을 강타할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홍 교수의 견해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방송은 지각판의 이동이 환태평양 조산대 지역이 아닌 한반도에 새로운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전남에서 발생한 진동이 이례적이다”고 말한 홍 교수의 인터뷰를 근거로 제시했다. 방송에서 요시아키 히사다 일본 코카쿠인대 교수도 “판이 움직이는 빈도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며 “이는 경고의 신호”라고 말했다.
세종=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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