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2020년 전국 지방자치단체 평가’ 전국 자치구(69곳) 순위가 공개되자 서울의 A구청장은 직원들에게 ‘특명’을 내렸다. 평가 분야와 자치구 순위 등을 꼼꼼하게 확인해 구 행정 서비스 전반을 검토해보라는 지시였다.
A구는 자치구 순위에서 수위를 차지했지만, 축포를 터트리는 대신 이번 평가로 구의 ‘내일’을 준비했다. A구청 관계자는 “구청장께서 단순히 다른 지지체와의 순위 비교를 위해서가 아니라 구 행정 개선을 위해 이번 평가에 큰 관심을 보였고, 관련 과에 내용을 공유했다”고 말했다.
한국일보와 한국지방자치학회가 주관하고 행정안전부가 후원하는 지자체 평가가 올해 4년째에 접어들면서 자치행정의 바람직한 방향을 점검하는 나침반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로 이번 평가를 여러 지자체장들은 행정 방향의 점검 지표로 활용했다. 4년 연속 특별ㆍ광역시 부문 1위를 차지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복지가 낭비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지만, 복지가 경제성장의 변화를 만들어내고 그 선순환이 여러 평가 항목에 반영돼 좋은 결과를 얻어 감사한다”고 말했다. ‘복지 확대가 경제도 살린다’는 시정 철학을 지자체 평가로 확인해 자신감을 얻었다는 얘기다. 전국 자치구 부문 지난해 2위에서 올해 1위로 오른 서울 강남구의 정순균 구청장은 “강남구를 전국에서 ‘맏형의 도시, 품격 있는 도시’로 거듭나게 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좋은 평가를 받은 지자체들은 한껏 고무된 분위기였다. 인구 50만 미만 시(59곳)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한 경기 여주시와 농어촌 군(82곳) 분야에서 1위에 오른 전남 영광군을 비롯해 인구 50만 이상 시(16곳) 분야에서 2위를 한 경기 용인시, 그리고 전국 자치구 분야에서 3위를 한 서울 영등포구 등은 순위 관련 보도자료를 내 지역 주민들에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도 부문에서 1위를 한 전남의 김영록 지사는 “도민 눈높이에 맞춰 다양한 정책을 추진한 것이 좋은 성과로 이어진 것 같다”며 “이번 평가 결과를 토대로 부족한 분야에 대해서는 문제점을 심도 있게 파악해 개선대책을 마련함과 동시에 잘 되고 있는 부분 역시 더욱 개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의욕을 보였다. 50만 미만 시에서 7위에 오른 경기 의왕시는 “대부분의 다른 평가들은 예산 많은 큰 도시는 상위그룹, 이후는 지역안배라는 잘 짜여진 각본처럼 느껴져 신뢰가 가지 않았다”며 “1위는 못했지만 제대로 평가 받은 것 같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기대했던 결과를 받지 못한 지자체들은 아쉬움음 감추지 못하면서도 내년을 대비했다.
전년 대비 순위가 27계단이 떨어진 구 관계자는 “결과를 보고 낙심했지만, 평가 지표를 보고 주민들에 도움이 될 정책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여주=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영광=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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