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이 22일 돌고 돌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에 총선 이후 당 재건 역할을 맡겼다. 비대위 임기는 내년 4월 7일 재보궐 선거까지로 정했다. 당초 ‘4개월짜리 비대위’를 제안받자 추대 요청을 거부했던 김 내정자는 “당과 나라를 살리는데 온 힘을 쏟겠다”며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했다. 통합당이 한 달여 동안의 혼선을 끝내고 지도체제를 정비하게 된 것은 다행이다.
한국갤럽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통합당 지지율은 18%로 더불어민주당(46%)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21대 총선을 포함한 전국 단위 선거에서 4연속 패배는 시대 변화를 외면한 보수가 완전히 비주류로 밀려났다는 의미다. 통합당이 ‘차르’라 불리는 김 내정자의 강력한 리더십을 선택한 것은 자신들의 환부가 깊고 심하다는 걸 스스로도 알기 때문일 것이다.
김종인 비대위는 보수가 기울기 시작한 20대 총선 패배 이후 벌써 4번째 비대위다. 2016년 김희옥 비대위, 2016년 말 인명진 비대위, 2018년 김병준 비대위가 모두 실패한 것은 당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고 적당히 위기를 모면하려 했기 때문이다. 김종인 비대위는 같은 실수를 반복해선 안 된다. 주호영 원내대표가 얘기했듯 통합당은 이제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다.
177석 거대 여당의 독주를 견제하는 게 제1 야당의 임무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적은 의석으로 국민의 마음을 얻으려면 뼈를 깎는 반성과 혁신으로 환골탈태해야 한다. 동시에 과감한 세대교체로 국민에게 새로운 인물과 비전도 제시해야 한다. 경제민주화 브랜드를 갖고 있는 김 내정자가 보수 야당을 어떻게 바꿔 나갈지 국민들은 지켜보고 있다. 혹시라도 김 내정자가 개혁은 뒷전에 놓고 자신의 정치적 입지만 다지려 한다면 비대위는 실패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
마침 위성정당 미래한국당이 이날 단독 교섭단체 구성이라는 구태적 발상을 버리고 29일까지 통합당과 합당하기로 결정했다. 여론에 밀려 마지못해 내린 결정이었지만 그게 국민과의 약속이었다. 이번 결정을 보수 야당이 전열을 재정비해 국민 눈높이에 맞춘 정치를 시작하겠다는 신호탄으로 삼기 바란다. 이번에도 달라지지 않으면 보수 야당의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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