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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 日 방역물품 지원 후폭풍…‘노재팬 노경주?’ 불매 조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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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 日 방역물품 지원 후폭풍…‘노재팬 노경주?’ 불매 조짐까지

입력
2020.05.22 17:01
수정
2020.05.23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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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중 적국에 물자 지원?” 비판…주낙영 시장 해명에도 역부족

경주시 자유게시판 항의 글 끊이지 않아…“해임하라” 국민청원도

일본 나카가와 겐 나라시장이 경북 경주시가 보낸 방역물품을 받은 후 감사표시로 전해온 사진. 경주시 제공
일본 나카가와 겐 나라시장이 경북 경주시가 보낸 방역물품을 받은 후 감사표시로 전해온 사진. 경주시 제공

“노 재팬(No Japan)과 같이 노 경주(No Gyeongju), 경주에 가지 않겠습니다.”

경북 경주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고 있는 일본 자매ㆍ우호 도시에 방역 물품을 지원한 것과 관련해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한일간 외교 갈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일본에 이어 경주를 대상으로 한 불매운동 조짐까지 이는 모양새다.

17일 경주시는 자매결연을 맺은 일본 나라시와 교류도시인 교토시에 각기 방호복 1,200묶음과 방호용 안경 1,000개를 지원하고 코로나19 방역 경험을 공유했다. 이외에도 자매결연도시인 오바마시, 우호도시인 우사시와 닛코시 등 3개 도시에 방호복 500묶음과 방호용 안경 500개를 추가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비난과 공격을 받고 있다고 호소하며 “상호주의 원칙하에 2016년 지진 당시 일본을 비롯한 해외 자매ㆍ우호도시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전쟁 중 적에게도 인도주의적 지원은 하는 법”, “대승적 차원에서 도움을 주는 것이 진정 일본을 이기는 길” 등의 발언을 덧붙였다.

“전쟁 중인데 적국에 지원?” 빈축…불매운동 시 지역 경제 타격 예상

경주시청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항의글 일부. 주낙영 시장을 지탄하거나 경주와 관련해 불매운동을 벌이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경주시청 홈페이지 캡처
경주시청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항의글 일부. 주낙영 시장을 지탄하거나 경주와 관련해 불매운동을 벌이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경주시청 홈페이지 캡처

주 시장이 직접 해명에 나섰지만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경주시 홈페이지에는 시의 일본 방역물품 지원에 항의하는 글이 하루 만에 1,000건 넘게 게재된 상태다. 일부 “몰상식한 비난에 휘둘리지 말고 앞으로도 인도적인 모습을 보여달라” 등 시의 결정을 지지하는 여론도 있었으나 이 같은 옹호 글 또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확산 하면서 빈축을 사고 있다.

경주시 자유게시판에 박모 씨는 “경주는 코로나19로 고통을 안 받나, 그럴 돈이 있으면 취약계층을 돕지 왜 시민들 세금으로 마음대로 일본을 지원하느냐”라고 비판했다. 이모 씨는 지난해 일본 정부의 한국 대상 수출 규제를 언급하며 “경제 전쟁 중인데 적국에 물자를 지원한 꼴이다”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이어졌던 불매운동에 이어 경주시도 찾지 않겠다는 여론도 일고 있다. 전모 씨 등 상당수는 “국민을 뭘로 아는 거냐, 두번 다시 경주에 가나봐라”라고 으름장을 놨다. 주 시장이 나라시 특별명예시민이라는 사실도 퍼지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노 재팬, 노 경주’라는 표어까지 만들어졌다. 경주는 역사문화관광 도시를 내세우고 있어 일본 불매운동과 같은 양상으로 상황이 흘러갈 경우 지역 경제에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일본 마스크 지원” 꺼냈다 ‘화들짝’…“정부는 안 하는데 지자체 나서” 비판

주낙영 경주시장 해임을 요구하는 국민청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주낙영 경주시장 해임을 요구하는 국민청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경주시의 일본 방역물품 지원을 비판하며 지방자치단체 세금 비축분 임의 국외반출을 불허해 달라고 요구하는 국민청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경주시의 일본 방역물품 지원을 비판하며 지방자치단체 세금 비축분 임의 국외반출을 불허해 달라고 요구하는 국민청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이날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주 시장을 파면, 해임하라’, ‘지방자치단체에서 세금으로 지원된 비축분에 대해 임의로 국외반출 하지 못하도록 행정명령을 내려달라’는 취지의 국민청원이 잇달아 올라오기도 했다. 중앙정부는 국내 정서를 고려해 일본 정부가 먼저 공식 요청하지 않는 한 지원을 검토하지 않겠다며 고심 중인데 지자체가 부적절한 시기에 나섰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박모 씨는 “일본은 지속해서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위안부는 성노예가 아니라고, 한국 진단키트는 성능을 믿을 수 없다고 말하고 입국금지 후 아직 사업목적의 방문도 허가하지 않고 있다”라며 “대한민국 정부 차원도 아닌데 왜 굳이 경주시장이 지원을 하느냐”라고 꼬집었다. 임모씨 또한 “왜 정부가 일본 지원은 없이 한국전쟁 참전국으로 분별해 인도적 지원을 하는지 생각은 안 해봤나”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정세균 국무총리가 “미국과 일본, 한국전쟁 참전국에의 마스크 지원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뒤에도 반발 여론이 일었다. 당시에도 일본에의 마스크 지원은 반대한다는 국민청원이 여러 차례 올라와 수만 명의 동의를 얻었다. 이후 외교부에서 참전용사에 대한 지원은 긍정하되 일본에 대해서는 “한일관계 현안에서 불편한 점은 있어도 인도적 차원으로 검토가 필요할 수 있지만, 구체적으로 지원 검토에 착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부인하면서 사태가 진화됐다.

실제 정부는 미국과 벨기에ㆍ룩셈부르크ㆍ에티오피아 등 22개 유엔 참전국에는 마스크 총 100만장을 지원했고, 일본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경주시 관계자에 따르면 시는 이날 오전 긴급회의를 열어 이번 논란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했다. 다만 일본에 대한 추가 지원 방침은 아직까지 바꿀 계획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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