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이 5㎜ 이상ㆍ비대칭ㆍ경계 불분명하면 의심을
등산ㆍ캠핑ㆍ야외 레저활동 등으로 5년 새 45% 증가
피부암은 피부를 보호하는 멜라닌 색소가 상대적으로 적은 백인에게만 주로 걸리는 ‘서구의 암’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사람들은 거의 걸리지 않는 암이었다.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캠핑ㆍ등산ㆍ야외 레저활동을 하는 사람이 늘면서 피부암이 증가 추세다. 피부의 표피ㆍ진피ㆍ피하지방층에 있는 모든 세포가 암이 될 수 있다. 피부암 가운데 기저세포암ㆍ편평상피세포암ㆍ악성흑색종이 70%를 차지한다. 피부암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가 2014년 1만6,241명에서 2018년 2만3,605명으로 최근 5년 새 45% 증가했으며, 50대 환자가 89%나 됐다(건강보함심사평가원).
서수홍 고려대 안암병원 피부과 교수는 “얼굴이나 목 등 햇빛 노출이 많은 부위에 의심스러운 색소 반점이 있거나 만졌을 때 까슬까슬한 각질을 동반한 홍반이 있으면 피부과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고 했다.
피부암 발병의 주원인은 자외선이다. 햇볕을 과도하게 쫴 자외선에 의해 피부가 손상돼 피부암이 생길 때가 많다. 자외선에 많이 노출되는 부위인 얼굴에 많이 생기며, 젊은 이보다 고령인에게 주로 나타난다.
피부암은 통증이나 일상생활에 별로 지장을 주지 않기에 방치하기 쉽다. 암 특성상 크기가 자라고 깊이 침투하는 양상을 보이고, 피가 나거나 상처가 잘 낫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색소를 가진 피부 부위를 점으로 여긴다. 만일 일반적인 점과 생김새가 다르거나 점점 커지거나, 피가 나거나 딱지가 앉아 낫지 않으면 기저세포암이나 흑색종 같은 피부암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피부과 전문의를 찾는 것이 좋다. 특히 점 크기가 5㎜ 이상이고, 모양이 비대칭이고, 점 경계선이 불분명하거나, 색깔이 균일하지 않으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 확인하는 것이 좋다.
피부암은 대부분 피부 병변 제거만으로도 완치할 수 있다. 조기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서 교수는 “특히 피부암 가운데 가장 악성인 흑색종은 진단 시기를 놓쳐 오랜 시간 방치하면 주요 장기에 전이되기 쉬우므로 조기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피부암 주로 수술로 제거한다. 얼굴에 많이 생기는 피부암의 특성상 완전한 제거와 흉터를 최소화하는 ‘모즈 수술’을 시행한다. 피부암은 거의 재발하지 않지만 암 특성상 재발 가능성이 없지 않기에 수술 받은 뒤에도 추적 관찰을 통해 재발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파부암을 예방하고 피부 건강을 지키려면 주원인인 자외선을 차단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또한 피부암 가족력이 있으면 자외선 차단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자외선은 파장 길이에 따라 AㆍBㆍC로 나뉜다. 자외선C는 오존층에서 흡수되므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자외선AㆍB는 피부 노화와 기저세포암ㆍ편평상피세포암ㆍ흑색종 등 피부암 발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정기헌 경희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자외선B는 직접적으로 DNA를 파괴해 암 발생을 늘리고 자외선A는 파장이 길어 피부 깊숙히 도달해 몸의 면역을 억제해 피부암을 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따라서 자외선이 가장 강한 낮 12시~오후 3시에는 가급적 야외 활동을 줄이고 외출 전에는 자외선을 차단할 수 있는 양산, 챙이 넓은 모자, 선글라스 등을 챙기는 것이 좋다. 자외선 차단제를 잘 바르는 것도 중요하다. 자외선A(UVA)와 자외선B(UVB) 모두 막는 제품을 외출하기 전에 충분히 바르고 햇빛에 많이 노출된 뒤에는 자외선 차단제를 수시로 덧발라야 효과가 좋다.
한편 나정임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최근 검버섯으로 오인하기 쉬운 피부암, 아토피성 피부염으로 오진하기 쉬운 습진 등 134개 피부 질환을 진단할 수 있는 인공지능(AI)를 개발했다. AI는 합성곱신경망(CNN) 알고리즘을 활용해 개발됐는데 피부과 전문의 수준은 아니지만 레지던트(전공의) 수준으로 진단하고 치료법도 제시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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