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이크 된 화면 가리키며 직접 브리핑… 참석자 모두 마스크 착용 안해
‘건강이상설’에 휩싸였다 복귀한 뒤 다시 잠행을 이어가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2일 만에 다시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며 건재를 재차 과시했다. 단, 심혈관계 시술 흉터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던 오른쪽 손목의 검은 자국이 또 노출됐고, 그의 동선 역시 여전히 불분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 주재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4차 확대회의가 진행됐다고 24일 보도했다. 건강이상설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2일 평안남도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모습을 드러낸 뒤 약 3주 만에 다시 외부 석상에 나타난 것이다. 다소 피곤해 보였지만 건강에 큰 이상은 없는 듯한 모습이었다.
다만 북한이 공개한 사진 가운데 김 위원장 오른쪽 손목에 있는 반점이 눈에 띈다. 수술설, 사망설 등이 난무한 뒤 깜짝 등장했던 2일에도 과거에는 없었던 짙은 점이 김 위원장 오른쪽 손목에서 포착돼 “심혈관계 시술 시 남는 흔적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번에 노출된 점도 이보다 색깔은 흐릿하지만 위치는 비슷했다.
이날 회의가 열린 장소도 불명확하다.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도하면서 장소와 날짜는 공개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전 세계적으로 심각해지던 지난 2월 이후 평양에 거의 머무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부터 강원 원산의 전용 특각(별장)에 머물렀지만, 최근 평양 인근 강동군으로 거처를 옮겼다는 관측도 제기된 상태여서 이날 회의가 평양에서 열렸을 가능성도 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는 한 김 위원장 동선은 일정하지 않을 개연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날 보도된 사진 속 김 위원장은 물론 군 간부들도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김 위원장이 브리핑용 지휘봉을 들고 화면 앞에서 직접 무언가 설명하고 있는 모습을 담은 사진도 눈길을 끌었다. 군부 장악력 과시용 제스처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이 지휘봉으로 가리키고 있는 화면은 모자이크 처리된 상태였으나 특정 지역의 지도(해도) 또는 약도로 보인다는 의견이 있었다. 신종우 국방안보포럼(KODEF) 사무국장은 “이번 회의에선 포병 전력 관련 결정을 내렸는데 화면도 김 위원장이 새로운 포병 편제를 군 간부들에게 직접 설명하기 위한 자료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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