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에 대한 의혹이 확대되면서, 우려했던 역사 왜곡과 위안부 운동 흔들기가 현실화하고 있다. 정의연의 기금 유용 의혹은 철저히 수사돼야 하나 이를 틈탄 극우세력의 망동은 개탄스러울 뿐이다.
극우 단체 반일동상진실규명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 이후 ‘위안부상(소녀상) 철거, 수요시위 중단’을 주장하는 집회와 기자회견을 잇따라 열고 있다. 기자회견에서 ‘반일 종족주의’의 저자인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는 “위안부는 합법적 공창”이며 정의연이 “위안부 피해자에게 고백을 강요하고 시위에 끌고 다녔다”고 주장했다. 이 전 교수가 이번 주 개최할 토론회에는 위안부 피해자를 성매매 여성에 비유해 정직 1개월 징계를 받은 류석춘 연세대 교수가 토론자로 나온다. 지난 20일에는 20대 남성이 소녀상을 훼손하는 일도 벌어졌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24일 일본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의연과 윤 당선인에 대해 “법 위에 군림하고 있다” “찍힌 공직자는 인생을 망친다”고 표현하며 ‘피해자를 대변하지 않는 단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주장들이 일본 언론에 반향이 없을 리 없다. 극우 산케이신문은 사설로 수요집회 중단과 소녀상 철거를 주장했고, 도쿄신문은 한일 위안부 합의 파기 이유로 윤 당선인을 지목했다. 후지TV는 천 전 수석의 발언을 언급하며 “강제징용 피해배상 문제 등 한일 간 현안을 해결하려면 한국 시민단체가 변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우려대로 일 정부의 책임은 지워지고, 극우의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다.
일부 언론은 종북몰이까지 하고 있다. 2016년 식당 종업원들의 집단 탈북 후 윤 당선인 부부가 탈북자들에게 북한으로 돌아가라고 회유했다는 의혹을 연일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언론이 인용한 탈북자 허강일씨는 당시 국정원과 기획탈북을 협의했음을 인정한 인물이다. 일부 탈북자는 한국행을 몰랐던 것도 유엔 조사로 드러났다. 보도의 사실 여부와 의도가 의심스러운 이유다.
이번 사태는 정의연에 투명성을 확보하고 운동 방향을 성찰하라는 과제를 남긴다. 그러나 극우세력이 역사를 왜곡하고 어렵사리 공론화한 전시 성범죄의 실체마저 지우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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