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악플’시달린 日 프로레슬러 사망… 규제 엄벌 청원까지
알림

‘악플’시달린 日 프로레슬러 사망… 규제 엄벌 청원까지

입력
2020.05.25 14:47
0 0

 국내서는 포털, 댓글 이력 공개하고 연예 댓글 차단 중 

테라스하우스에 출연 당시 기무라 하나. 일본 테라스하우스 트위터 캡처
테라스하우스에 출연 당시 기무라 하나. 일본 테라스하우스 트위터 캡처

일본 프로레슬러 선수인 기무라 하나(木村花·22)가 23일 새벽 도쿄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면서 일본인들은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기무라 선수의 극단적 선택 원인으로 인터넷 공간에 무차별적으로 나도는 악성 댓글이 지목되면서 도를 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5일 일본 NHK방송 등에 따르면 셰어하우스(공유주택)에서 남녀 6명이 함께 생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방송에 출연해 온 기무라 선수가 숨졌다고 기무라의 소속사 발표를 인용 보도했다. 기무라 선수는 지난해 9월부터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넷플릭스가 일본 후지TV와 손잡고 만든 리얼리티쇼 ‘테라스 하우스’(Terrace House)에 출연, 더욱 유명세를 타면서 비난성 댓글에 시달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소속사 측은 “자세한 것은 아직 파악 되지 않고 있다”며 “관계자의 조사에 협력해 갈 것이다”라고 입장을 밝힌 상태다.

소속사는 기무라의 사망 이유 등을 자세히 공개하지 않았지만 악성 댓글에 따른 스트레스와 연관된 죽음일 것으로 일본 언론은 전하고 있다.

기무라 하나가 23일 새벽 숨진 채 발견되면서 그를 추모하는 글들이 온라인에 올라오고 있다. 기무라 하나 인스타 캡처
기무라 하나가 23일 새벽 숨진 채 발견되면서 그를 추모하는 글들이 온라인에 올라오고 있다. 기무라 하나 인스타 캡처

온라인상에서 기무라에 대한 비난이 커지기 시작한 것은 올해 1월 이른바‘의상 사건’때문이라고 일본 매체 스포니치 아넥스는 이날 보도했다. 기무라가 중요한 시합을 앞두고 의상을 잘못 세탁해 축소시킨 남성 출연자에게 화를 내는 장면이 방송됐는데 ‘이렇게 성격이 포악한 사람은 싫다’는 등 부정적 반응이 올라왔다. 이러한 비판이 최근까지도 하루에 100건씩 올라왔다고 매체는 전했다.

기무라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온라인에서는 그를 애도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여자 프로레슬러 나가요 자구사는 “말은 때로 너무나 날카로운 칼이 되어 사람의 마음 깊은 곳을 무참하게 찔러 망쳐 놓는다”며 “SNS, 얼굴을 내밀지 않는 편리한 세상을 만든 도구, 편리한 도구는 무엇이든지 오케이인가?”라고 적었다. 미국의 유명 여성 프로레슬러 테사 블랜차드도 “잔인한 사람들의 몰지각으로 동료를 잃었다. 기무라는 열정을 가진 선수였다”고 추모했다.

기무라 하나의 죽음이 악성 댓글과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보도되면서 일본 내에서는 발신자의 정보 공개 청구 절차를 간소화하자는 서명 운동이 시작됐다. 위키피디아 캡처
기무라 하나의 죽음이 악성 댓글과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보도되면서 일본 내에서는 발신자의 정보 공개 청구 절차를 간소화하자는 서명 운동이 시작됐다. 위키피디아 캡처

한편 일본에서는 이를 계기로 댓글을 다는 발신자의 정보 공개 청구 절차를 간소화 하는 ‘프로바이더(인터넷 제공자) 책임 제한법 개정’ 서명 운동이 전개돼 25일 오후 기준 3,400여명이 동의한 상태다. 이 법에 따르면 포털은 악성 댓글 피해자가 요청할 경우 그 댓글을 삭제하고 댓글 작성자 정보를 피해자에 제공해야 하지만 시간과 비용이 들고 절차가 복잡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서명운동을 시작한 사람(아이디: Y.Yamato)은 “현행 프로바이더 책임 제한법에서는 명예훼손의 성립요건을 충족해도 상대가 익명계정이기 때문에 댓글 작성자의 발신자를 특정하는 절차가 복잡하다”며 “인터넷 상 악플을 단 발신자의 정보 공개를 인터넷 제공자에게 요구하는 ‘발신자 정보 개시 청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내에서도 생전 악플을 호소한 가수 구하라와 설리가 숨지면서 포털 사이트의 댓글 제도를 폐지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이후 다음과 네이버는 차례로 연예 뉴스의 댓글 서비스를 폐지한 데 이어 네이버는 3월부터 댓글 게시자의 작성 이력을 공개하고 있다. 이후 뉴스 댓글창에서는 악성 댓글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추세다. 반면 악성 댓글이 포털 내 TV보기 서비스나 또 다른 SNS인 유튜브에서는 지속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직접 제보하실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며, 진실한 취재로 보답하겠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