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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한국포럼] “미ㆍ중 마찰로 불확실성 심화… 차이나+α 공급망 다각화 전략을”

입력
2020.05.27 04:3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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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어디로 갈 것인가’ 주제 토론회

박영춘 SK 부사장 “반도체ㆍ배터리 등 유망사업 선제 투자”

[저작권 한국일보] 26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포스트 팬데믹, 위기인가 기회인가’를 주제로 열린 ‘2020 한국포럼’에서 성태윤(왼쪽부터) 연세대 교수의 사회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장, 박영춘 SK 부사장, 임정욱 TBT 공동대표가 토론을 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26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포스트 팬데믹, 위기인가 기회인가’를 주제로 열린 ‘2020 한국포럼’에서 성태윤(왼쪽부터) 연세대 교수의 사회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장, 박영춘 SK 부사장, 임정욱 TBT 공동대표가 토론을 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글로벌 경제 위기를 초래했고 충격파는 여지 없이 한국 경제를 덮쳤다. 자동차, 조선 등 전통적 제조업이 멈춰서는 와중에도 비대면(언택트) 비즈니스는 검증된 성장성으로 위기 속의 기회를 내포하고 있다. 급변하고 있는 경제 패러다임의 흐름 속에서 한국 경제를 되살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각계 전문가들은 26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0 한국포럼’에 참가, ‘한국경제, 어디로 갈 것인가’란 주제의 토론회에서 지혜를 모았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을 비롯해 경제분야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분쟁 환경에 대비하도록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추진하고 비대면, 바이오 등에서 신성장 동력을 발 빠르게 발굴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이 자리에선 규제 완화와 더불어 시장과 국제정세 흐름에 관한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해 불확실성을 줄여줘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토론은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의 사회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박영춘 SK 부사장,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장, 벤처투자사인 TBT의 임정욱 공동대표가 참여했다.

◇팬데믹ㆍ신냉전ㆍ대공황 ‘반복되는 역사’…“생존이 경쟁력인 시대”

성태윤 교수=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세계 경제가 어려움에 처해있다. 우리나라는 2대 무역대국인 미국과 중국 간 갈등까지 재점화되면서 더욱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됐다. 우리 기업들이 국제 경쟁력 확보하고, 선제적 역할을 하기 위해 핵심적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허윤 원장=국제 경쟁력 확보도 중요하지만, 우선 살아남는 것이 더욱 중요한 시기다. 1914~1918년 1차 세계대전 당시 많은 젊은이들이 이동하면서 ‘스페인 독감’이 발병했고, 당시 세계 인구의 2%인 3,900만명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스페인 독감 이후 많은 나라들이 경쟁적으로 보호무역주의를 펼치게 됐고, 이는 대공황, 2차 세계대전으로까지 이어졌다. 현재 코로나19 사태가 한 세기 전인 스페인 독감과 비슷한 상황인 것 같다. 코로나19 팬데믹 계기로 세계 무역지수가 굉장히 흔들리고 있고, 미국이 중국을 배제시키는 ‘글로벌밸류체인(GVC)’을 구축하며 미국과 소련이 대립했던 ‘냉전시대’ 재현을 연상시키게 한다. 우리 입장에서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으로 모호하게 가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지만, 문제는 ‘회색지대’에 남아있을 시간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박영춘 부사장=기업 입장에서도 일단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한다. 충격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새로운 기회가 왔을 때 재도약을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올 가을 이후 2차 유행에 대한 예측이 나오면서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에 대비해 유동성, GVC 등을 다시 점검하고 있다. 또 투자, 고용도 가급적으로 계획대로 집행하려고 한다. SK를 예로 들면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등 미래 유망 사업에 과감하게 투자하고 있다. 불가피한 해외 투자도 차질 없이 하려고 한다. 해외 주요 거점에는 국내 협력업체와 함께 진출해 또 하나의 생태계를 구축한다. 다만 미국과 중국 간 무역 분쟁 또는 기술 전쟁이 우리 기업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크다.

임정욱 대표=스타트업 생태계에서는 엄청난 충격이 발생했다. 가장 큰 문제는 ‘대면 미팅’이 중단되고, 투자 성향이 보수적으로 바뀌면서 스타트업의 신규 투자 확보가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벤처캐피탈(VC)들도 대부분 투자를 멈춘 상황이다. 물론 코로나19 사태로 투자금이 몰리는 업종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원격진료, 원격교육이다. 국내에서도 네이버, 카카오 등 유망 플랫폼 기업에만 투자가 몰리면서 시가총액이 각각 40조원, 22조원까지 높아졌다.

◇“‘차이나 플러스 알파’에 맞는 지원책을”

성 교수=불확실성을 줄이고 경기 활성화, 경쟁력 강화 등을 추진하기 위해 필요한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가

박 부사장=최근 ‘한국판 뉴딜’ 경제정책처럼 정부가 미래 먹거리 방향성을 명확하게 제시해 줘야 기업이 준비 시간을 벌 수 있다. 전례 없는 위기에 경기 활성화를 위한 대기업의 투자, 정부의 자금 지원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상화 후엔 회수 절차가 필요하다. 급한 유동성에 불을 끄고 나면 결국 남아있는 기업들은 생존을 위한 수익성 회복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고통스럽지만 구조조정이 상시 있어야 할 것이다. 임시투자세액공제 부활 등을 통한 투자 활력 회복, 주52시간제 보완 등을 비롯해 20대 국회에서 끝내 무산된 서비스산업발전법을 비대면 서비스까지 포함해 추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미국과 중국간 패권 다툼으로 기업은 중국 투자에 집중할 수도 있고 투자처 다각화에 나설 수도 있다. 앞서 일본으로부터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분야 자립을 위해 핵심 기술 육성, 글로벌 진출 지원 등을 아우르는 정책을 펼쳤던 것처럼 미·중 갈등으로부터 한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긴밀한 소통과 정책적 지원을 고려해 줘야 한다.

허 원장=불확실성 키우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가 미·중 마찰이다. 트럼프 정부는 ‘반중 스크럼’을 짜고 있고 한국과 필리핀, 태국의 태도에 미국의 기대가 크다. 한국 정부가 미·중 관계에서 어느 위치에 설지 충분히 이해시켜 줘야 예측 가능성이 높아진다. 리쇼어링(해외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정책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기업들은 기존 중국 중심의 공급망을 유지하면서 베트남 등 새 공급망을 다각도로 추가하는 ‘차이나 플러스 알파’ 전략이 필요하다. 일본, 미국처럼 자체 내수 시장이 크지 않은 우리 글로벌 기업들은 거대 소비 시장이 있는 미국과 유럽에서 현지 완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글로벌 공급망을 촘촘하게 형성해야 할 것이다. 정부의 지원은 기업들이 새 공급망을 구축하는 작업에 집중돼야 한다.

김 정책실장=포장지만 바꾸는 방식이 아니라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대책을 내놓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일본 수출규제를 잘 대응할 수 있었던 이유는 소부장 현장 목소리를 듣고 칸막이 없이 관련 부처가 협업해 지원책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하반기 경제정책도 현재 기업들의 상황과 필요한 정책을 충분히 듣고 추진해 나가겠다.

류종은 기자 rje312@hankookilbo.com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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