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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 ‘슬기로운’ … 신원호PD의 ‘슬기로운’ 업그레이드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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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 ‘슬기로운’ … 신원호PD의 ‘슬기로운’ 업그레이드 생활

입력
2020.05.2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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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tvN 제공
그림 1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tvN 제공

‘응답하라’ 시리즈의 성공으로 흥행 보증수표가 된 신원호 감독과 이우정 작가의 ‘매직’이 다시 한번 통했다.

28일 마지막 방송을 앞둔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지난 3월 12일 전국 시청률 6.3%로 시작해 거의 매회 상승세를 기록하다 21일 11회 방송에서 13.1%로 최고점을 찍었다.

신 감독과 이 작가의 이전 작품인 ‘응답하라 1988’(2015~2016)의 최고 기록 19.6%보다 낮지만, 최근작인 ‘슬기로운 감빵생활’(2017~2018)의 11.2%나 ‘응답하라 1994’(2013)의 10.4%보다 높다. CJ ENM과 닐슨코리아가 집계한 콘텐츠영향력지수(CPI)를 봐도 JTBC ‘부부의 세계’에 밀려 2위에 머물다 5월 셋째 주(5월18~24일) 순위에선 1위에 올랐다.

 ◇의대생 “슬의생은 다큐같다” 

‘슬기로운 의사 생활’의 특징은 ‘특별할 것 하나 없는 드라마’라는 데 있다. 병원이 배경인 의학 드라마지만 천재적인 재능을 지닌 의사, 돈과 성공을 좇는 의사 같은 극적 인물은 없다. 뭔가 대단한 일들이 툭툭 터지는, 긴장감 가득한 사건도 없다. 병원 내 정치 게임, 교수와 레지던트와 인턴 간의 극심한 위계질서 같은 이야기도 없다. 그저 하루하루를 성실히 채워가는 의사와 환자 이야기뿐이다.

그 때문인지 ‘슬기로운 의사 생활’은 의사나 의대생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대한의과대학ㆍ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홍보이사를 맡고 있는 아주대 의대생 정호민씨는 “의대 실습생으로 내가 봤던 그 모습이 그대로 나왔다”며 “교수, 레지던트, 인턴, 환자 그리고 보호자의 모습이 사실적으로 그려져서, 첫 방송 때부터 이거 드라마가 아니라 다큐멘터리 아닌가 싶었다”고 말했다.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tvN 제공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tvN 제공

 ◇신원호 “지극히 소소한 이야기” 

물론 비현실적이란 지적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실력이 뛰어난 의사인데 휴머니즘으로 똘똘 뭉쳐있고, 마흔 다 넘어서 소꿉친구처럼 붙어 지낸다. 선후배 의사, 간호사들의 관계도 지나치게 훈훈하다.

이런 진행은 신원호 감독이 원래 의도한 바다. 지난 3월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선 아예 “메디컬 드라마라고 하기엔 결이 다르고, 메디컬 드라마가 아니라고 하기엔 병원 이야기밖에 없다”고 실토하기도 했다. 배경만 병원일 뿐 “다섯 친구의 지극히 소소하고 따뜻한 이야기”라고 부연설명을 하기도 했다.

 ◇응답하라 빼닮은 슬의생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응답하라’ 시리즈와 여러 면에서 닮아 있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제외한 신 감독과 이우정 작가가 함께 만들었던 모든 드라마가 그렇듯, 주연은 한 여자와 여러 남자가 다 함께 맡고 이야기는 이 여자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시즌제를 염두에 둔 탓인지 ‘응답하라’보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로맨스 플롯은 진행 속도가 느렸다. 하지만 후반부엔 채송화(전미도)를 중심으로 한 이익준(조정석)과 안치홍(김준한)의 삼각관계를 펼쳐 보였다.

‘추억의 히트곡’을 쓰는 방법도 똑같다. 아예 과거 특정 연도를 제목에다 못 박아 그 당시 음악을 써야만 했던 ‘응답하라’ 시리즈와 달리,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현재 시점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주인공들이 아마추어 밴드 활동을 한다’는 설정으로 옛 노래를 끌어들였다. 조정석이 부른 쿨의 ‘아로하’, 전미도가 부른 신효범의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 같은 곡들은 드라마에 등장한 뒤 음원사이트 일간 차트를 잇달아 석권하는 기현상을 연출하기도 했다.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tvN 제공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tvN 제공

 ◇스토리보다 캐릭터 … 시즌제가 보인다 

그럼에도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스토리’보다 ‘캐릭터’가 더 강화됐다는 점에서 ‘응답하라’의 성공적 변주라는 평가가 나온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주인공만 다섯 명인 게 아니라, 40여명의 등장인물 모두 각각의 캐릭터를 살려내는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드라마는 매력적인 캐릭터 한둘만 있어도 이야기가 꾸준히 흘러갈 수 있다”며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플롯이 촘촘하진 않지만 여러 캐릭터들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시청자들의 재미를 느낀다는 점에서 기존 드라마들과 차별적”이라 분석했다.

이런 특성은 ‘시즌제’와도 연결된다. 다채로운 캐릭터들을 잘만 버무려도 시즌2, 시즌3가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어서다. 신 감독은 16~21부작의 단일 시즌으로 끝냈던 이전 작품과 달리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시즌2 제작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후속 시즌은 이르면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 방송될 전망이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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