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탱크(think-tank)가 아니라 ‘싱크(sinkㆍ가라앉다) 탱크’가 됐다.”
최근 미래통합당 인사들이 여의도연구원(여연)을 두고 하는 말이다. 1995년 민주자유당 때 출범한 여연은 국내 최초의 정당 정책연구원이다. 여의도연구소로 출발해 2013년 연구원으로 격상됐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유승민 의원, 주호영 원내대표 등 정책통들이 대대로 수장을 지냈다. 여연의 정책ㆍ기획 능력과 여론조사 정확도는 정치권에서 최고로 인정 받았다. ‘통합당을 지탱한 체력이 여연에서 나왔다’는 말까지 있었다.
그러나 최근 여연은 사실상 ‘식물 싱크탱크’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많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이 합쳐 150석은 얻을 것”이라고 공언한 게 대표적 사례다. 여연의 부정확한 분석은 총선 참패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에 통합당이 내부적으로 여연 해체를 결정한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난달 총선 직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내정자에 여연의 ‘해체에 가까운 개편’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 원내대표는 25일 여연 실무 책임자에게 연구원 상황을 보고 받고 ‘개편이 불가피하며, 해체도 유력한 옵션’이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통합당 핵심 관계자는 “여연 경쟁력은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떨어졌다는 게 원내지도부의 판단”이라며 “김 내정자도 해체를 수용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에 따라 내달 1일 공식 업무를 시작하는 김종인 비대위는 여연의 대대적 개편에 착수할 전망이다. 여론조사처럼 당 사무처가 할 수 있는 기능은 대폭 덜어내고, 장기적 정책 수립이나 어젠다 발굴 같은 역할에만 집중하도록 만드는 식이다. 통합당 관계자는 “개편의 핵심은 인적 구성을 바꾸는 것이지만, 17명쯤인 연구 인력이 대부분 무기계약직이라 구조조정이 어렵다”고 말했다. 완전 해체 이후 새 연구법인을 세우는 방안이 검토되는 이유다.
김종인 비대위는 근본적 개혁을 위해 관련 당헌ㆍ당규도 개정할 것으로 보인다. 현행 통합당 당헌ㆍ당규는 당 대표가 여연 이사장직을 겸하게 돼있어 여연이 당대표의 사조직 기능을 하는 악순환이 이어져 왔다. 새 연구법인을 세우면 이를 제도적으로 막을 가능성이 크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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